공효진과 하정우가 주연한 로맨틱코미디 ‘러브픽션’이 입소문을 타고 지난 25일 관객 170만명을 돌파했다. 흥행 수입은 130억원. 극장 몫으로 전체의 절반인 65억원과 총제작비 37억원을 제외한 순수익은 18억원이다. 올초 사법부에 대한 비판을 몰고왔던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 흥행 수익은 이보다 훨씬 많은 113억원으로 추산된다. 총제작비는 15억원이지만 342만명을 모아 256억원의 총매출을 기록했다.

이들 영화를 투자배급한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에 영화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CJ 롯데 오리온 등 대기업과 소니 워너 등 할리우드 직배사들이 지배하고 있는 영화 투자배급업계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모여 만든 이 중소기업이 2010년과 2011년 연속 배급순위 3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2008년 말 창업한 지 3년여 만에 거둔 성과다.

NEW는 지난해 한국영화와 외화 등 20편을 배급, 1425만명을 모아 관객 기준 시장점유율 9%를 기록했다.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에는 뒤졌지만 직배사 소니픽쳐스(4위), 오리온계열의 쇼박스(5위), 20세기폭스(6위), 워너(7위) 등을 제쳤다.

지난해 매출은 440억원, 영업이익은 39억원을 기록하는 등 3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그동안 국내 영화펀드는 계속 적자였고 지난해 수익률은 -9%였다. NEW는 지난해 한국영화 9편에 투자해 6편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카운트다운’(47만명) ‘히트’(12만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31만명) 등은 적자였지만 ‘그대를 사랑합니다’(160만명) ‘풍산개’(71만명) ‘고양이’(67만명)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6만6000명) ‘블라인드’(237만명) ‘가문의 수난’(241만명) 등은 흑자를 거뒀다. 투자 성공률이 66.7%에 달해 지난해 한국영화 평균 성공률 24.6%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시즌 오브 더 위치:마녀호송단’ ‘신들의 전쟁’ ‘브레이킹 던’ 등 3편의 수입 외화도 흥행에 성공했다.

비결은 무엇일까. 직원들은 김우택 대표의 ‘소통하는 리더십’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리온 계열 쇼박스와 메가박스 사장으로 10여년간 영화업계에서 일한 김 대표는 2007년 오리온이 메가박스를 사모펀드에 매각한 뒤 오리온의 다른 계열사로 가지 않고 NEW를 설립해 독립했다. 그는 24명의 직원들이 분야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견해를 밝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투자팀뿐만 아니라 배급 및 마케팅팀 직원들도 시나리오를 읽고 자신의 느낌을 내놓는 게 특이하다. 특히 한 직원이 ‘강추’한 시나리오는 전 직원에게 읽힌다. ‘러브픽션’도 비투자부문 여직원이 강력히 추천한 뒤 투자한 영화다.

의사결정도 신속하다. 2010년 말 개봉한 ‘헬로우 고스트’는 시나리오가 들어온 지 단 이틀 만에 투자를 결정했다. 적절한 개봉 시기 전략도 한몫했다.

김 대표는 개봉 시기에 대한 결정을 최대한 늦춰 한 달 전까지 고심한다. ‘러브픽션’은 원래 2월 초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강한 경쟁작이 많다고 판단해 2월 말로 늦췄다. 성수기에 개봉한 ‘블라인드’와 ‘헬로우 고스트’ 등은 대작 바람이 꺾인 뒤에 선보였다. 반면 ‘풍산개’는 ‘트랜스포머’와 같은 날에 개봉했다. 경쟁작들을 모두 피해 여유가 생긴 틈을 이용해 ‘트랜스포머’와 다른 개성을 내세워 관객을 흡수했다.

박준경 마케팅팀장은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어 작품에 대해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한다”며 “직원들의 충성심이 커 이직률이 다른 영화기업보다 낮은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