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음원 가격 인상안 논란
"저작권자 몫 적어 곡당 일정 수익 보장해야" vs "불법 다운로드 늘어나 시장 축소될 것"

다음달로 다가 온 디지털 음원 가격 인상안 승인을 앞두고 음원 유통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창작자 권익 증대 등을 목적으로 음원 서비스 사용료 징수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음원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자들이 불법 시장으로 이동하게 돼 관련 시장이 축소되고, 창작자의 권익보호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 한국음원제작자협회는 올 1월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에 종량제를 바탕으로 디지털 음원 가격을 인상하는 '음원사용료 개정안'을 제출했다. 문화부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제출된 개정안 심의를 의뢰했고 현재 심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이 4월 말 이전 승인될 전망이다.

국내에는 음원 한 곡을 내려 받을 때 600원을 내야 하는 종량제 서비스가 있으나 멜론, 엠넷, 벅스 등 디지털 음원 유통 업체는 정액제 패키지 상품을 선보여 종량제 이용자가 많지 않다. 반면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아이튠즈를 통해 음원 한 곡을 다운로드할 경우 요금은 각각 1100, 1750, 1900, 275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내 3단체가 준비한 개정안의 핵심은 현재 음원 가격 수준이 낮아 창작자 권익 보호가 어렵기 때문에 종량제 형태 또는 곡당 단가 정산방식의 도입을 통해 징수액을 높여보자는 것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개정안으로 음원 가격 변동을 예측하면 권리료가 기존 324원에서 774원으로 139% 오른다. 여기에 음원 유통사의 예상 수익금 276원을 더하면 다운로드 가격이 1000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의 경우 이용자 월 평균 사용량인 1000건을 기준으로 종량제를 도입한다면 2만7725원으로 인상된다. 기존 종량제 서비스가 3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10배 가량 비싸진다.

이에 따라 현재 유료 이용자의 93%가 이용하고 있는 월 정액제 상품을 소비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법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 정식 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창작자의 권익 보호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음원 유통업계의 주장이다.

국내 불법 음악시장 규모는 온라인 1681억 원, 오프라인 2449억 원 등 총 413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과거에 비해 합법적 이용이 늘고 있으나 P2P, 토렌트를 이용하는 방식에 이어 스마트폰 등 새로운 기기의 등장으로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유통도 생겨난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음악은 밥이 아닌 커피와 같은 기호 상품으로 소비자는 가격 변화에 민감하다" 며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소비자의 이용 행태를 보다 면밀하게 파악해 중장기적이고 단계적인 가격 인상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종량제는 비 인기 장르나 구 음원 등에 대한 수요도 상대적으로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음악 소비의 양극화와 콘텐츠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음악은 사실상 무료로 이용하거나 불과 몇 천원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 현재 글로벌 음악시장의 현실이다. 음원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 콘텐츠 구매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창작자 권익를 보호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 세계 1000만 명의 가입자와 250만 명 이상의 유료 사용자를 보유한 유럽 최대 음원 서비스 업체 '스포티파이'는 월 4.99달러에 인터넷 스트리밍을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월 9.99달러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무제한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소녀시대 노래 비싸진다…불법 다운로드 늘어날까?
그러나 음반 업계는 이번 개정안으로 저작권자에게 수익의 70%를 제공하는 애플 아이튠스 방식이 국내에 진입하는 발판이 마련돼 환영하고 있다. 때문에 증권 업계에서는 음원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저작권자의 수익배분 비율이 상승하면 음원 서비스 업체의 수혜폭이 제한적인 반면 음원 제작사들은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을 보유한 에스엠엔터테인먼트와 빅뱅 등의 소속사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가 디지털 음원 가격 상승과 해외진출 확대 등으로 향후 실적 증가가 기대된다며 두 종목 목표주가를 각각 7만 원, 6만9000원으로 올렸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