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사장님들과 사장 사이
우리 회사에는 600여명의 사장님들이 계신다. 하지만 그건 엄청난 규모의 회사라서가 아니다. 바로 회사와 생사를 함께하는 전국의 가맹점 점주님들을 뜻하는 말이다.

나는 커피 전문점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다. 가맹점 점주님들과 관련된 얘기를 하는 이유는 소중한 인연에 대한 감사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사람들끼리의 애틋함을 이야기하고 싶다. 불교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는데, 사전적 의미의 옷깃은 저고리의 목에 대어 앞으로 여미는 부분을 뜻하니, 얼굴이 거의 맞닿을 만큼 가까이 지낸 점주님들과의 인연을 나는 진정한 의미의 인연이라 말하고 싶다.

아침 출근길이면 이런 생각을 한다. 이 시각 전국 곳곳에서 우리 점주님들이 가게 문을 열고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있겠지. 그리고 밤사이 앉은 매장 먼지를 닦고 테스트로 내린 에스프레소 샷과 스팀 밀크를 맛보며 손님 맞을 준비가 한창이겠구나. 그래서 오늘도 전국 수만 고객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맞이하겠구나. 그 모습들이 눈에 스치듯 해 잠깐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다.

많은 곳이 그렇듯 우리 회사도 참 다양한 점주님들과 함께하고 있다. 외국인, 학교 선생님, 대기업 임원 출신, 웹툰 작가, 일간지 기자, 미인대회 입상자 등 정말 각계각층의 분들이 다 모여 계신다. 매장 하나로 출발해 지금 여섯 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분도 있고, 점주님들끼리 연을 맺어 결혼한 커플도 있으니 인연의 소중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최근 상권 활성화로 11곳이 오픈된 전주지역의 매장들과, 커피전문점이 거의 없던 시기에 문을 열어 지금은 제주도의 대표 커피 전문점으로 자리 잡은 제주도 7곳의 매장들도 너무나 감사한 인연이다. 모두 소중하고 감사해서 우리 점주님들 정말로 대단하시다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다.

감사의 마음으로 올해 초에는 전국 점주님들이 참여한 ‘점주사진공모전’을 진행했다. 매장의 아름다운 사연들과 함께 기발하고 재기 넘치는 수백 장의 사진들이 접수됐다. 데미타스잔을 손에 꼭 쥔 한 살배기 아기, 캠퍼스의 청춘들, 졸음을 쫓는 직장인, 그리고 노인 대학의 베스트 프렌드 멤버까지 사진 속 단골 고객들은 한 분 한 분 모두 감동이었다. 고객들과 점주님 그리고 직원들까지 모든 인연들이 엮어져 10년이라는 시간을 넘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는 매주 작지만 중요한 시간을 갖는다. 새로 매장을 여는 점주님 대상의 커피아카데미를 진행하는데, 마지막 수료식에 나는 직접 점주님들과 인사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매주 맺는 이 행복한 인연을 통해 나는 초심의 순수와 열정을 배운다. 가맹점 사장님들과 본사 사장인 나 사이의 소중한 인연. 이 소중한 인연에 쌓여가는 세월만큼 감사한 기억들이 보태어지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문창기 < 이디야커피 대표 ceo@ediy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