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도심 속 공원에 가보자
봄이 왔다. 노란빛 개나리의 첫인사로 시작해 목련이며 철쭉, 벚꽃도 고개를 들고, 언덕 저 멀리서 모락모락 아지랑이도 기지개를 켤 것이다. 학창시절 영어단어 중 ‘breeze’ 를 유독 좋아했었는데 말 그대로 ‘산들바람’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계절, 봄이 왔다.

작년 이맘때쯤 지하철 선릉역 인근의 현재 위치로 사옥을 이전했다. 건물이 동향이라 햇빛이 환하게 들어올 뿐 아니라 삼릉공원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여 가끔 창밖을 보며 명상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이사 온 얼마 뒤, 지인 한 분이 회사를 방문했는데 ‘저 삼릉공원이 누구의 능이냐’고 물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우물쭈물하다 대답을 놓치고 말았다. 창 밖의 공원을 볼 줄만 알았지 그곳이 누구의 능인지도 몰랐던 나는 부끄러움에 고개가 숙여졌다. 지인이 가고 난 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조선 제9대 성종과 계비 정현왕후 윤씨의 선릉, 그리고 성종의 둘째 아들인 제11대 중종의 정릉 이렇게 3개의 능이 삼릉공원 안에 모셔져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공원을 담아놓은 블로그 포스팅 속 사진을 보니 창 밖 외관과는 달리 울창한 나무들이 모여 도심 속 자연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침 점심시간, 직원 몇 명과 함께 공원으로 향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씩 들고 걸어간 삼릉공원. 사진에서의 모습 그대로 울창한 숲길이 보였다. 미풍에 한들거리는 나뭇잎과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가느다란 햇살은 지척이 회사라는 걸 잠시 잊게 해줬다. 바람이 좀 세지면 햇빛에 반짝이는 나뭇잎들이 내 눈을 부시게 했고, 흙길을 걷는 동안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은 나에게 작은 경이로움이었다.

나의 일터 가까이 이런 공간이 있었다니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날 이후 나와 직원들은 삼릉공원으로 가는 산책을 사랑하게 됐다. 볕이 좋으면 돗자리와 도시락을 들고 공원으로 나가 자연의 내음을 맡으며 도심 속 삼림욕을 만끽한다. 파란 하늘과 숲, 산들바람 속에서 일상의 스트레스는 심호흡 한번으로 날려 버린다. 돗자리에 앉아 ‘아! 좋구나’를 몇 번 반복하고 나면 마법의 주문을 외운 듯 새로운 여유와 자신감이 생긴다. 일광욕에서 얻는 비타민D, 걷기의 유산소운동과 같은 정량화된 지표가 아니더라도 공원이 주는 자연의 휴식 자체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어느 조사를 찾아 보니 서울시 전체의 녹지율은 약 50%에 달하고, 크고작은 공원도 100여개가 된다고 한다. 우리는 일상을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갈 것을 갈망하지만 정작 주위의 공원과 녹지에 대해서는 너무 무신경한지도 모른다. 공원까지 걷는 조금의 수고는 우리의 삶에 새로운 에너지를 가져다 준다. 인터넷 지도 페이지를 열고 가까운 공원을 검색해 보자. 그리고 도심 속 공원에 가 보자. 거기에 또다시 봄이 오고 있다.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문창기 < 이디야커피 대표 ceo@ediy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