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발효] FTA 날이 밝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 공식 발효된다. 한국은 단일 국가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 시장인 미국과 무관세 무역 동맹을 맺게 됐다. 한·미 FTA 발효는 2006년 6월 협상을 개시한 뒤 5년8개월, 2007년 4월 정부 간 협상을 타결지은 지 4년10개월 만이다.

수출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연합(EU)보다 앞서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수입시장인 미국과 FTA를 체결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북미 시장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세계 인구의 40%, 세계 국내총생산(GDP) 규모의 61%를 아우르는 8개 지역 및 국가들과 FTA를 맺은 한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넓은 무관세 경제영토를 갖게 됐다.

◆‘무관세’ 동맹으로 세계 최대시장 선점

한·미 FTA의 가장 큰 효과는 공산품 관세 철폐다. 양국은 협정 발효 후 10년에 걸쳐 거의 모든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관세를 철폐키로 한 공산품만 한국이 8434개, 미국이 7094개에 달한다. 협정 발효 3년 이내에 한국은 94.1%, 미국은 92.2%의 품목에 붙는 관세를 없앤다. 5년 이내에 이 비율은 각각 95.5%, 96.9%까지 높아진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시장의 10배 규모인 1500만대의 거대 미국 자동차시장을 우리 업계가 선점해 수출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들은 한·미 FTA 경제효과로 향후 15년간 연평균 무역흑자가 27억7000만달러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노동연구원은 고용도 35만명 증가할 것으로 봤다. 산업연구원은 제조업 1.2%포인트, 사업서비스 1%포인트의 생산성 향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의 실질 GDP는 앞으로 10년간 최대 5.6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미FTA발효] FTA 날이 밝았다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도 기대된다. 무관세 수출 효과를 노리는 중국과 일본 기업들의 투자 증가 등으로 향후 10년간 연평균 23억~32억달러의 해외 직접투자가 추가로 유입될 것이란 분석이다.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주변 국가들의 해외 투자 확대는 물론 중국 등에 진출해 있던 한국 기업들의 U턴도 가속화돼 국내 산업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자동차 수백만원 가격 인하

한·미 FTA 발효로 양국 간 관세가 단계적으로 사라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미국산 제품의 가격도 낮아지게 된다. 최대 관심인 자동차는 양국이 모든 승용차를 대상으로 4년 후 관세를 철폐한다. 한국이 미국차에 대해 매기는 8% 관세는 발효 직후 4%로 인하하고 4년 후 일괄 철폐된다. 미국은 한국차에 대해 매기는 2.5%의 관세를 4년 후 철폐한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 3’는 이미 한·미 FTA의 관세 인하분을 미리 반영, 가격을 내리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최근 대형 세단 ‘뉴 300C’를 내놓으면서 가솔린 모델은 이전 모델보다 410만원(6.8%) 내렸다. 포드코리아는 최고 5%의 가격 조정을 준비 중이다. 이 회사는 대형 세단인 토러스(5240만원)가격을 260만원가량 낮출 수 있다.

캘리포니아산 와인, 체리, 청바지 등 소비제품에 붙는 관세도 곧바로 철폐된다. 와인 수입업체 신동와인은 15일부터 미국 와인 ‘로버트 몬다비’ 전 제품 가격을 10~14% 인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7만8000원 선에 팔리는 ‘로버트 몬다비 카베르네소비뇽’은 11% 할인된 6만9000원이 된다.

◆3개월 내에 ISD 재협상

한·미 FTA가 발효됐지만 ‘협정 무효화’를 주장하는 야당의 정치적 공세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다. 야당은 한·미 FTA 재협상 및 폐기를 총선 이슈로 부각시키고 있다. 정부는 작년 11월 이명박 대통령이 밝힌 ISD 재협상 추진 약속에 따라 오는 6월15일 전에 미국 측과 서비스투자위원회를 만들고 투자자 국가소송제(ISD) 재협상을 벌이게 된다. 외교부는 ISD 재협상을 준비하기 위해 사회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ISD 재협상은 제도 운영과정에서 허점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마지막 보완책을 마련하는 차원이 될 것”이라며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ISD 조항의 폐지 여부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