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前 한국경제연구원장 "어느 누구 눈치도 안보는 독립적 싱크탱크 필요"
“대기업들조차 반시장적 흐름에 편승하는 상황에서 민간 싱크탱크들이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연구 결과물을 내놓기는 어렵죠.”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사진)는 8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보수진영이 응집력을 가지려면 독립성을 보장받는 싱크탱크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7년부터 2년 동안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을 맡았던 김 교수는 국내 정부와 대기업 등에 종속돼 객관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을 국내 보수 싱크탱크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그는 특히 이례적으로 주요 대기업들의 태도를 지목했다. “싱크탱크는 말 그대로 사회적으로 필요한 연구를 하기 위한 기구인데, 대부분의 기업들이나 경제단체들은 연구기관을 단순히 ‘비용’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 운영 자금을 제공했으니 본인들에게 유리한 방향의 연구 결과물을 기대하는 행태가 만연해 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한경원 원장 재직 시절의 일화를 소개했다. 몇몇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 업종의 활성화를 위해 중견업체의 진입을 촉진해야 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물을 발표하자 전경련 회원사였던 대기업의 오너가 전경련 사무국을 통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더라는 얘기다. 김 교수는 “실제로 한경연의 경우 특정 기업의 편을 들지는 않더라도 대기업, 특히 전경련 회원사에 편향된 연구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이 같은 상황에선 어떤 연구 결과물을 내놓더라도 객관적 신뢰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 김 교수의 말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국책 연구소의 연구는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기업 연구소는 기업 측에 유리한 자료만 생산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자료를 내봤자 그대로 믿는 경우가 없는 거죠.”

김 교수는 때문에 싱크탱크의 독립적인 운영을 위해선 미국 헤리티지 재단처럼 소액 기부 문화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지프 쿠어스가 헤리티지 재단에 25만달러를 기부했지만 재단 운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기금을 내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연구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