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회원권 환매 대란 온다" 즉시 반환 입회금만 16조원
회원제 골프장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기도 포천의 가산노블리제CC가 영업을 중단했는가 하면 수도권의 인기 골프장인 레이크사이드CC가 ‘헐값’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입회금 반환이다. 입회금은 골프장이 회원권 분양 때 받은 ‘예수보증금’으로 거치기간이 지난 뒤 회원이 반환 청구를 하면 되돌려줘야 한다. 입회금 반환 거치기간은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분양대금 완납 후 5년이다.

○입회금 반환 규모는 16조원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올해 입회금 반환 시기를 맞는 골프장과 금액을 46곳, 2조5000억원대로 추산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입회금 반환 거치기간이 지난 골프장들이 빠져 있다. 이들을 포함하면 회원들이 요구할 때 바로 돌려줘야 하는 입회금은 전국 250개 골프장, 16조7315억2900만원에 이른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대부분의 회원제 골프장업체들은 입회금을 공사대금, 땅값 등에 지불했기 때문에 반환자금이 거의 없다. 입회금 반환 사태가 불거지면 골프장 부도가 불가피하고 입회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회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말했다.

대기업 계열 골프장 등 자금 여력이 있는 골프장들은 입회금을 돌려줄 수 있지만 다른 곳은 반환해줄 현금도 없고 금융권 차입도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지방 골프장들은 입회금 반환을 요구하는 회원에게 추가 부킹 권한을 주는 등의 회유 전략을 쓰고 있다. ‘입회금 환매 사태’를 피하기 위해 미리 돌려주는 곳도 있다. 경북 성주의 롯데스카이힐성주는 입회금을 회원들에게 돌려주고 퍼블릭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가 회원권도 안전하지 않아

5억원 이상에 분양해 ‘황제 회원권’으로 불리는 골프장들도 안전하지 않다. 높은 가격으로 분양한 골프장들은 대부분 즉시 반환을 해주는 조건으로 분양했다. 일정기간 거치기간을 둔 곳도 있지만 모두 이 기간을 넘겨 회원이 요청하면 즉시 반환해야 한다. 렉스필드골프장은 입회금 반환을 요청한 일부 회원에게 이를 반환해 준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80개 회원제 골프장의 반환 입회금 총액은 7조8769억4100만원으로 전체의 47.1%를 차지한다. 단일 골프장으로 입회금 반환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해비치(서울)로 2600억원이었다. 수도권 골프장 중 2000억원이 넘는 곳은 이스트밸리(2388억원), 아난티클럽서울(2285억원), 렉스필드(2156억원), 휘닉스프링스(2033억원) 등이다.

○시세 떨어진 골프장 ‘고위험군’

가장 위험한 곳들은 시세가 분양가 아래로 떨어진 골프장이다. 가평베네스트는 2008년 19억3000만원을 찍은 뒤 9일 현재 6억8000만원으로 3분의 1로 떨어졌다. 16억~17억원대였던 이스트밸리와 남촌도 각각 7억5000만원, 6억8000만원으로 추락했다. 6억원대에 최종분양한 마이다스밸리는 3억2000만원, 최종 분양가가 5억2500만원이었던 비전힐스는 4억2500만원이다.

고가대 회원권은 가격이 비싼 만큼 입회금 반환 규모도 크다. 가평베네스트와 이스트밸리는 입회금이 2000억원이 넘고 남촌, 마이다스밸리 등은 1000억원대다.

대규모 입회금 반환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시장이 강한 조정기를 거쳐 하향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헌균 에이스회원권거래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회원권 시세가 50%가량 빠진 것은 투기 수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골프장은 부동산 시장과 맞물려 있는데 대량 입회금 반환 요구는 국내 부동산 시장이 붕괴될 때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수도권 등에서 무리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등으로 과도하게 투자한 신설 골프장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