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고부가 선박·설비 수주 '봇물'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이 잇달아 대규모 수주 계약을 따냈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전체 발주물량은 감소하고 있지만 해양플랜트와 고부가가치 선박을 사실상 싹쓸이하며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다.

○대우조선, 2조원대 해양설비 수주

대우조선해양은 8일 일본계 호주 자원개발업체인 일본국제석유개발(INPEX)로부터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1기를 수주했다. 수주액만 약 20억달러(2조2000억원)가 넘는다.

이번에 수주한 설비는 길이 336m, 폭 59m에 무게는 11만에 달한다. 하루 8만5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최대 114만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다. 대우조선은 이 FPSO의 선체 부분과 상부구조물을 설계부터 구매, 생산, 설치, 시운전까지 모두 자체 기술로 수행하는 턴키방식으로 건조한다. 2016년 4월까지 이 설비를 발주사 측에 인도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과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여 프로젝트를 따냈다”며 “대우조선의 해양플랜트 건조 경험과 기술력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은 이달 말께 노르웨이 시추선 전문 운영사인 송가 오프쇼어로부터 반잠수식 시추선(리그선) 2기도 11억달러에 수주할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해군에 2만5000급 군수지원함 4척을 수출하는 본계약 체결도 앞두고 있다. 수주금액은 1조원 안팎에 이른다.

○불황 속 中 추격 따돌려

현대미포조선도 이날 유럽 소재 선주사와 2215억원 규모의 해양작업지원선(PSV) 4척 수주 계약을 맺었다. PSV는 해양 석유시추 플랫폼으로 인력, 연료, 기자재 등을 운송하는 특수 선박이다. 현대미포조선은 조선시황 침체로 일반 상선 발주가 줄어들자 사업다각화를 위해 PSV 시장에 진출했다.

STX조선해양은 벨기에 스칼디스로부터 1억달러 규모의 중량물 크레인선 1척을 수주했다. 이 선박은 길이 108m, 폭 50.9m 규모로 2000 규모의 크레인 2기와 헬리콥터 이착륙장을 갖추고 있다. 심해의 석유 및 가스 생산시설, 해상용 풍력발전기 등의 구조물을 설치하거나 해체하는 작업에 이용된다.

현대중공업도 이르면 이달 말 쿠웨이트 민자 발전·담수화플랜트 건설 프로젝트 수주를 확정짓는다. 수주금액은 20억달러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말 미주 지역 선주사로부터 드릴십(원유 시추설비) 2척을 1조2389억원에 따냈다.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해양플랜트와 고부가가치 선박을 독식하며 중국과의 격차를 벌려 나가고 있다. 지난달까지 중국보다 3배 이상 많은 선박 수주량을 기록하며 글로벌 신규 수주부문에서 1위 자리를 지켰다.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 한 달 동안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과 드릴십 등 고부가가치선을 주로 수주하면서 32억9480만달러의 수주액을 기록했다. 중국은 같은 기간 중 우리의 13분의 1에 불과한 2억5320만달러어치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