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8억 깨졌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민 조모씨(53)는 출근길 단지 내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아파트 시세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2009년 8월 10억5000만원을 주고 매입한 자신의 집과 같은 공급면적 101㎡(31평)가 7억8000만원에 매물로 나와서다. 그는 “강남 집값이 많이 떨어졌다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며 “서울시의 재건축 규제가 큰 충격을 주고 있는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랜드마크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공급 101㎡ 값이 3년여 만에 8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7일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대치동 은마아파트 101㎡는 지난달 말 7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은마아파트 101㎡ 8억원 선 붕괴는 글로벌 금융위기 뒤인 2009년 1월 7억5000만원 이후 처음이다. 최고 실거래가 11억6000만원(2006년 11월)에 비해서는 35.3% 떨어졌다.

은마아파트 8억 깨졌다
부동산업계는 △건물을 새로 지을 때 소형 주택을 늘리고 △한강변 초고층 신축을 규제하는 등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이어진 재건축 규제로 은마아파트가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했다.

인근 청실아파트 재건축 이주가 끝나고, 쉬운 수능 탓에 교육 수요까지 감소하면서 매매가를 받쳐주던 전셋값마저 하락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작년 7월 4억5000만원까지 올랐던 은마아파트 공급 101㎡ 전셋값은 이달 2억3000만~2억5000만원 수준으로 2억원가량 떨어졌다.

대치동 오세유공인의 김형찬 사장은 “전셋값이 낮아져 투자 목적으로 매입할 경우 투자금액이 기존보다 2억원 이상 증가해 매수 문의가 뜸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8억원대가 무너진 데다 주택시장에 호재가 마땅치 않아 매물 가격이 낮아지고 있어 당분간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실장은 “서울시가 재건축 규제를 쉽게 풀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 은마아파트 값이 반등하기는 쉽지 않다”며 “개포 반포 잠실 등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물론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