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CEO '女風당당'
최근 여성들이 잇따라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이 CEO로 있는 회사는 대부분 유통·소비재 업체였다. 최근에는 이 흐름이 정보기술(IT)·제약 등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급속히 높아진 시기에 대학을 다닌 인재들이 광범위하게 CEO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어 여성 경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7일 “일부 기업에서 여성 CEO들이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 산업계 전반에서 여성 경영자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월마트 계열 유통업체인 샘스클럽은 월마트 부사장을 지낸 로절린드 브루어를 CEO로 임명했다. IBM도 지난 1월 버지니아 로메티 수석 부사장을 CEO 자리에 앉혔다. 두 업체 모두 여성이 CEO가 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헤더 브레시도 미국 제약업체 밀란의 최고운영책임자(COO)에서 CEO로 승진했다.진출 영역도 다양해지고 있다. 여성 CEO는 대개 화장품 식료품 의류 유통 부문에서 배출됐다. 하지만 최근엔 IT 에너지 제약 금융업체들도 여성들을 내세우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향상되면서 남성들을 뛰어넘는 유능한 인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CEO가 된 여성들은 대부분 1950년대에 태어났다. 1945년 2차대전이 끝나고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에 해당한다. 베이비부머는 이전 세대에 비해 교육열이 높고 진취적인 사고를 가졌다. 이 때문에 베이비부머가 대학에 들어갈 무렵인 1970년대에는 미국의 대학 진학률이 급속히 높아졌다. 전미경제조사국(NBER)에 따르면 1970~1980년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1950년대에 비해 2배가량 높아졌다.

이들이 사회 참여에 대해 높은 열망을 갖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우르슐라 번스 제록스 CEO가 대표적이다. 그는 뉴욕 빈민가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하지만 “여성도 고등교육을 받고 성공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에 따라 컬럼비아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했다.

여성 CEO를 배출한 기업들은 그동안 적극적으로 여성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지난해 엘런 쿨먼을 CEO로 선출한 듀폰은 ‘우먼인리미티드’란 멘토링 제도를 만들어 고위 임원들이 여성 인재 육성에 적극 참여하도록 했다. 크래프트푸드는 육아휴가를 사용하는 여성이 성과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혁했다.

이 같은 제도는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도 여성 리더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여성 임원을 늘리고 있다. CNBC 저널리스트 출신의 마리아 바르티로모는 “골드만삭스에서도 여성 CEO가 탄생할 날이 머지 않았으며 다른 기업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