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의 분열이 심각한 양상이다. 정기 대의원대회가 과반수 성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무산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을 정도다. 한국노총이 민주통합당에 합류한 것에 대해 산하 연맹 27개 가운데 10곳이 집단적으로 반대하며 불참을 결의한 데 따른 결과다. 이들 연맹은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을 겸직하고 있는 이용득 위원장에게 양자택일할 것을 요구하며 사퇴운동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노총의 균열은 진작에 예견됐던 일이다. 지난해 12월 임시대의원회의에서 옛 민주당·시민통합당과 민주통합당을 결성키로 했을 당시 이미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제기됐을 정도로 반대가 많았었다. 노조가 정치권력을 추구하면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근로자의 권익보호를 지향하는 이익단체인 노조와 정권을 목표로 한 대중정당은 그 영역이 다르다.

법은 노조의 정치활동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것이 노조가 스스로 정당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한국노총 지도부는 당직까지 겸하고 있고 지역구 여러 곳에 대한 전략공천과 비례대표 자리를 내놓으라며 다른 정치세력과 공천권을 다투고 있다. 지도부 일부가 노조를 등에 업고 국회의원 배지를 탐내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이다. 이 법 제2조 4항은 정치활동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국노총식 정치 참여는 도를 넘은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불법상태라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대기업 노조가 기득권을 지키는 데에만 여념이 없어 귀족노조, 황제노조라는 말을 듣는 마당이다. 정부는 노조를 보호하기 위해 근로 3권은 물론 조세 면제 같은 각종 법적 혜택을 주고 있다. 정치 권력이 탐난다면 지도부 개개인이 개별적으로 정당에 입당해 정치활동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과거 공천을 받지 못했던 전력이 있는 노조단체의 간부라면 더욱 그렇다. 한국노총의 타락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정부는 한국노총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법대로 처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