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걱정마, 10년 후에도 '굿 잡'은 있어"
‘2025년, 오전 6시 알람소리에 잠을 깬다. 눈을 비비며 벽 스크린에 뜬 메시지 300여개를 확인한다. 밤 사이 세계 곳곳에서 근무하는 직장 동료·파트너들이 보낸 것들이다. 아침 햇살이 방을 비추면 양치질을 하며 개인비서인 아바타에 접속한다. 베이징·뭄바이에 있는 동료들과 화상회의를 마치면 오후 1시. 그제야 옷을 갈아입고 오피스허브로 출근한다. 각기 다른 회사 사람들이 모여 자기 업무만 보는 곳이라 아는 사람이 없다. 4시쯤 업무 브리핑을 클라우드 시스템에 올려놓고 슈퍼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 집으로 돌아온다.’

현재는 바야흐로 ‘잠행성 정상상태’다. 개구리를 끓는 물에 넣으면 순식간에 펄쩍 뛰어올라 도망가지만 차가운 물 속에 넣고 서서히 가열하면 도망가지 않고 죽고 만다. 이처럼 사람들이 냄비 속 개구리같이 세상은 급속히 바뀌고 있지만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탓에 그 엄청난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의 미래》(생각연구소)의 저자 린다 그래튼 교수는 2025년 가상 시나리오를 통해 “냄비 속 개구리가 되어선 안 된다”며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과 두려움은 버리고 미래에 요구되는 능력을 능동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이 제시하는 2025년 시나리오에는 파편화·외로움·소외라는 부정적이지만 불가피한 측면과 협력·참여·창조라는 긍정적인 모습이 공존한다. 즉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개인이 어떤 선택과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1945~1964년 출생)와 X세대(1965~1979년생) 시대가 저물고 Y세대(1980~1995년생)가 주축이 되는 2025년 가상 시나리오가 흥미롭기도 하지만 섬뜩하기도 하다.

대부분의 세대가 스마트 기기에 익숙해져 웹·모바일 기반의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근무시간은 밤낮 구분이 없어진다. 수명 연장으로 세대 간 일자리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베이비붐·X세대가 소외계층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의사들은 병원으로 출근하지 않고 외국에 있는 환자를 영상을 보면서 수술한다. 영어로 지시하면 현지에선 통역된 중국어로 들린다. 매일 수술 일정이 잡혀 있지만 의사는 아파트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는다.

산업혁명 이래 노동시장에 가장 큰 변화를 몰고올 것이란 예상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증기가 출현시킨 공장의 모습은 사라지고 다시 비즈니스는 집안으로 들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저자의 조언처럼 점점 치열해지는 세상에 놓인 개구리가 아니라 주인공이 돼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