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수수료' 앱스토어 탈출 시작됐다
케이블TV업체 CJ헬로비전은 지난해 말 인터넷 동영상서비스 ‘티빙’을 대상으로 차세대 웹 표준 언어 ‘HTML5’를 이용한 웹사이트를 구축했다. 이곳에 접속하면 모바일 기기에서도 바로 동영상 감상이 가능하다. CJ헬로비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구동하는 앱도 HTML5로 만들어 출시했다.

○플레이보이까지 애플에 반발

기존 앱과 별도로 모바일 웹페이지를 만든 이유는 플랫폼 독립을 위해서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지난해 여러 가지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티빙 앱 업데이트가 잦았는데, 애플 측이 운영 약관을 들어 거부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비슷한 서비스에 대해 애플은 심지어 PC용 웹사이트나 안드로이드용 앱에서 유료쿠폰 구매가 가능하다는 공지 문구를 문제삼은 적도 있었다.

CJ헬로비전의 이 같은 사례는 최근 콘텐츠·인터넷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모바일 웹이 각광받기 시작한 이유를 잘 보여주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에 종속될 경우 항상 눈치를 봐야 할 뿐만 아니라 30%의 수수료까지 헌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앱스토어 탈출이 일어난 또 다른 계기는 애플이 지난해 초 유료회원 가입 등 앱 내에서 결제가 필요한 경우 자사 시스템만 이용해야 한다는 방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여기에 즉각 반발해 기존에 서비스하던 앱 대신 모바일 웹을 기반으로 모바일 기기용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수수료도 문제지만 유료독자 정보도 애플 측에 고스란히 넘겨야 하는 상황이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미국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도 비슷한 이유로 앱 대신 별도의 모바일 홈페이지 형태로 태블릿PC용 전자잡지 ‘아이플레이보이’를 내놨다.

○“플랫폼 사업자 변덕 못참겠다”

'30% 수수료' 앱스토어 탈출 시작됐다
국내 기업들이 느끼는 불만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멜론’이라는 온라인 유료 음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SK플래닛은 지난해 초 태블릿PC의 웹 브라우저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기존 앱 서비스와 병행하면서 수수료 부담을 덜겠다는 이유에서다. 인프라웨어 신세계I&C 등 신규로 전자책 사업에 진출하는 업체들도 HTML5 기반의 모바일 웹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앱내 결제 문제로 애플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전자책 유통업체 한국이퍼브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어느날 갑자기 앱 운용 방식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이 최고의 리스크”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 단말기의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도 ‘모바일 웹’으로의 이동이 가속화되는 또 다른 이유다. 운영체제(OS)와 화면 크기가 다양해지면 그림과 동영상 등을 동일한 형상으로 구현하기 어렵다. 특히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스마트 기기는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화면 크기뿐만 아니라 비율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앱은 OS 버전이 바뀔 때마다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권정혁 KTH 기술개발 팀장은 “안드로이드폰 앱은 아이폰 앱보다 20% 정도 비용이 더 들어간다”며 “태블릿PC 등 다양한 디바이스가 보급되면 비용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마켓을 운영하면서도 애플과 달리 모바일 웹 기술 개발에 상당한 역량을 투입하고 있는 이유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조만영 미래웹기술연구소 대표는 “웹의 범용성을 감안할 때 고사양을 필요로 하는 게임이나 증강현실 프로그램 등을 제외하면 상당수 앱은 모바일 웹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귀동/이승우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