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결혼, 먼저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중요
“이제 결혼에 대한 환상은 없어요. 사랑에 대해 실용주의로 바뀌었어요. 스콧과 결혼했을 때는, 그를 백마 탄 왕자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극히 평범하고 작은 일에도 쉽게 무너져 내렸어요. 저 스스로 공주님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은 저를 결점있는 평범한 인간으로 바라보게 됐어요. 다른 누군가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거죠. 제 인생은 확실히 좋은 쪽으로 바뀌고 있어요.”

할리우드 스타 제니퍼 가너는 초혼과 재혼의 차이를 이렇게 말했다. 이십대에 영화배우 스콧 폴리와 결혼해 3년 만에 이혼한 뒤 30대에 톱스타 벤 애플렉과 재혼했다. 그녀는 결혼생활에 대해 누구와 더 잘 통하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그녀 자신의 생각과 기대가 성숙했기 때문에 두 번째 결혼이 달라진 것이다.

《마지막에 결혼하는 여자가 이긴다》(21세기북스)는 여성들이 행복하고 성공적인 결혼을 위해 의미 있는 싱글생활로 인도하는 지침서다. 좋은 남자를 고르는 법을 가르쳐주는 연애서가 아니다. 결혼의 실패는 ‘남탓’이 아니라 ‘내탓’이라고 보고 스스로 좋은 여자가 되려고 노력한다면 괜찮은 남자를 선택하는 눈이 자연히 생긴다는 것이다.

저자는 결혼을 먼저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가급적 서른 살 이후에 하라고 조언한다. 여자들이 잘못된 결혼을 하는 10가지 이유를 짚어보고 그 다음 성공적인 결혼을 위해 ‘싱글’ 시절에 끝내야 할 인생공부 10가지를 설명한다.

우선 ‘꿈꾸는 신부’ 유형은 결혼을 파탄으로 끝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결혼식 날의 화려한 순간만 생각하고 그 이후 어떤 생활이 기다리는지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사랑만 있으면 된다’는 유형도 문제다. 결혼생활은 사랑만으로 영위하기 힘들다. 결혼생활에서 훨씬 복잡한 문제들과 마주칠 때 서로 맞지 않으면 충돌한다.

섹스에 집착하는 타입도 위험하다. 한 사람과 오랜 기간 섹스하면 뜨거움이 식게 마련이다. 이때 섹스를 너무 중요하게 여기면 다른 남자에게서 그 불꽃을 찾으려 한다. 성적인 이끌림과 흥분을 사랑과 책임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결혼을 출구로 여기거나, 아기를 낳을 때가 다가오는 바람에 결혼해서도 안 된다고 조언한다. 외로움을 해결하거나 경제적인 결핍을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 결혼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20대에는 남자를 찾는 데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찾는 데 시간을 보내라고 주문한다. 외로움을 혼자 느끼기도 하고, 자신의 적성과 일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자친구와 우정을 다지는 것은 결혼 연습과도 비슷하다.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우정을 지속한다면 결혼생활에도 현명하게 대처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우정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줄이는데도 효과적이다. UCLA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받는 여자의 뇌는 새로운 친구를 만들거나 우정을 돈독하게 유지하도록 촉구하는 화학물질인 옥시토신을 분비한다. 이 때문에 여자는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다른 여자들과 모여 유대감을 나누려고 한다.

반면 남자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테스토스테론을 더많이 분비하는데 이는 옥시토신의 효과를 억누른다. 이 때문에 남자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서부극에 나오는 액션배우처럼 적대적으로 반응한다. 각종 질환에도 노출될 위험이 높다. 남녀의 뇌구조는 이처럼 태어날 때부터 다르다. 남편이 아내의 정서적인 욕구를 해결해줄 수가 없다. 우정어린 여자친구가 이 점에서 더 낫다.

돈에 대한 공부도 해야 한다. 미국인의 양대 이혼 사유는 불륜과 돈 문제다. 여성 스스로 돈의 개념을 제대로 정립하지 않으면 남편의 존중심을 잃을 수 있다. 예산과 지출서를 작성하고 올바른 신용카드 사용법을 익힌다. 장기 목표를 세워 저축도 해본다. 감정을 다루는 방식도 훈련해야 한다. 삶의 질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특히 분노를 다루는 방식은 직장생활이나 친구와의 우정, 배우자와의 결혼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