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 이미지 벗은 걸그룹 미쓰에이 "이제는 로맨틱 감성 보여줄게요"
미쓰에이는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가 중화권을 겨냥해 내놓은 4인조 걸그룹. 수지와 민은 한국인이지만 지아와 페이는 중국인이다. 2010년 데뷔한 직후 ‘배드걸 굿걸’로 단숨에 정상으로 뛰어올랐고 지난해 중국과 대만에서도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 20일 발매한 미니앨범 ‘터치(Touch)’의 동명 타이틀곡은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 최대 영상 사이트 ‘인웨타이’ 뮤직비디오 차트 1위에도 올랐다. 프로듀서 박진영이 작사·작곡한 이 곡은 상처를 딛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여인의 마음을 담았다.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미쓰에이를 만났다.

“오랜만에 고국 팬을 만나니 기뻐요. 이번 앨범 ‘터치’는 안무와 멜로디가 슬픈 감성의 노래와 잘 어우러집니다. 과격하고 드세다는 미쓰에이의 종전 이미지를 떨치고 연약하고 섬세한 여성적 감수성을 펼쳐내요.”(수지)

미쓰에이는 이 앨범을 위해 수많은 뮤직비디오와 뮤지컬을 감상했다. 보다 감성적이고 예술적인 노래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안무도 비욘세의 곡을 담당했던 일급 안무가 존테에게 맡겼다.

“그동안 물구나무 같은 큰 동작의 강한 안무를 즐겼다면 이번에는 절제된 율동으로 슬픈 사랑을 표현했어요. 퍼포먼스는 부드러우면서도 힘을 갖도록 하는 데 집중했고요. 손동작을 많이 했는데, 네 명이 호흡을 맞추는 게 꽤나 힘들더군요. 이번 노래는 저희 또래보다 나이든 사람들이 좋아할 거예요.”(페이)

미쓰에이는 다른 걸그룹과 차별화하기 위해 퍼포먼스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나 영화에도 적극 출연할 계획이다. 드라마 ‘드림하이’로 단박에 한류스타가 된 수지는 다음달 로맨스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팬들과 만난다.

“연기 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힘들지만 행복한 경험이에요. ‘드림하이’ 히트 후 초등학생들도 저를 좋아하게 됐어요. 일본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 팬들이 생겨났고요. 새 영화 ‘건축학개론’에서는 주인공 한가인의 대학 시절 역으로 나와요.”(수지)

중국과 대만에서 활동한 경험도 들려줬다.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뮤직비디오를 통해 얼굴과 노래를 알렸다고 했다.

“저희는 중국보다 대만에서 더 잘 알려져 있어요. 대만에서는 음악 방송을 통해 신곡을 알리기가 쉽더군요. 대만 팬들은 한국말로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우리 이름을 한글로 씁니다. 중국에서는 중학생들이 K팝을 많이 알아요. 중국 팬들은 빠른 댄스음악보다는 따라부르기 쉬운 발라드를 선호해요. ‘노바디’가 중국에서 히트한 것은 따라부르기 쉬웠기 때문이죠.”(지아)

지아와 페이는 집에 가지 못한 지 1년 반이나 됐다고 한다. 중국에서 활동할 때도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님을 잠시 만났을 뿐이다. 한국말은 상당히 유창해졌지만 존댓말은 여전히 어렵다고 했다.

“한국말 배우기는 정말 힘들어요. 다른 나라 문화에 적응한다는 게 쉽지 않아요. 열심히 노력해도 끝이 안 보일 것만 같을 때 가끔 무서워지기도 해요.”(페이)

“그래도 K팝 가수란 사실이 자랑스러워요. 멤버 절반이 중국인인 만큼 아시아 최고의 가수가 되고 싶어요. 미국에도 진출하고 싶고요. 외로움을 이겨내고 피를 흘릴 각오로 열심히 연습하면 꿈을 이룰 날이 오겠지요.”(지아)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