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한국 10대 부국 되는 길  '성장시장' 선점에 달렸다
오늘날 기업 경영인들은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고 경영상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따라서 경영 현장에서는 중장기 전략을 수립할 때에도 그 기간을 기껏해야 3~5년 정도로 설정하고 전략 과제를 도출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소 10년 앞을 내다보고 성장의 축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마을] 한국 10대 부국 되는 길  '성장시장' 선점에 달렸다
《그로스 맵(The Growth Map)》(RHK, 2만2000원)을 쓴 짐 오닐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글로벌 회장은 요즘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개념인 ‘브릭스(BRICs)’란 용어를 최초로 만든 주인공이다. 이 책에서 그는 브릭스의 탄생 배경에서부터 급속한 성장 과정 그리고 새로운 성장시장을 소개하며, 이들의 위상이 강화되면서 예상되는 세계 질서의 변화를 펼쳐보인다.

2001년 한 편의 논문을 통해 저자는 당시 글로벌 경제의 8%를 차지하고 있던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이 향후 10년 동안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커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브릭스란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과연 지난 10년 동안 세계경제는 2배 성장한 반면 브릭스 4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3조달러에서 12조달러로 4배 정도 증가했다. 그렇다면 저자가 10년 전에 이들 4개국을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인구의 영향력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가지 핵심 요인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경제 규모 측면에서 향후 저출산 고령화 시대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는 한국경제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한다.

저자는 2005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브릭스에 이어 관심을 가져야 할 넥스트 일레븐(N-11)이라는 새로운 용어도 소개했다. 여기에는 한국을 비롯해 멕시코, 터키, 이란, 이집트,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필리핀, 베트남이 포함돼 있다. 나아가 G7 국가와 브릭스, 그리고 N-11 국가들의 2050년 모습에 대한 예측을 바탕으로 해 브릭스와 더불어 인도네시아, 멕시코, 한국, 터키의 8개국을 세계 GDP의 1% 이상을 점유할 수 있는 성장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다.

과연 한국은 2050년 세계경제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을까. 저자는 경제 규모와 부의 개념을 명확히 분리하면서 한국은 인구가 충분치 않아 경제대국이 되기는 어렵지만, 성장환경 점수가 매우 높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한다면 1인당 소득 기준으로 세계 10대 부국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나마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 책이 오늘날 우리 경제에 던지는 화두는 무엇일까. 첫째, 우리 기업은 단기적인 안목에서 벗어나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성장의 기회를 심도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 이외의 성장시장 및 기타 N-11 국가의 성장과정에서 파생될 수 있는 구체적 사업기회를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점점 더 매력적인 투자기회를 찾기 어려운 현실에서 새로운 성장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계질서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은 미국과 유럽의 서구 중심적인 질서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세계경제에서 브릭스와 성장시장의 중요성이 커져 가면서 예상되는 세계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보다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박상순 <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