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생협 농산물' 판매 3년새 2배로 껑충
서울 풍납동에 사는 양선혜 씨(39)는 올 들어 ‘장보기 패턴’을 바꿨다. 직장 동료의 권유로 친환경 소비자 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에 조합원으로 가입하면서부터다. 주말에 인근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가는 대신 주초에 ‘한살림 장보기’ 사이트에 들어가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다. 월요일이나 화요일께 주문한 구매 물품은 금요일에 종이박스에 담겨져 집에 도착한다. 양씨는 “가격도 백화점과 마트의 친환경 식품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친환경 생협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매출도 덩달아 급증하면서 생협이 친환경 식품의 주요 유통 채널로 자리잡고 있다. 대형 유통매장과 식품업체들의 각종 식품 사고 등으로 먹거리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소비자가 생산자 선정부터 품질 인증까지 직접 참여하는 생협 물품들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살림 아이쿱 두레 등 ‘3대 생협’ 조합원 수는 2008년 말 27만4000명에서 지난해 말 56만2000명으로 최근 3년 새 105% 증가했다. 매출액도 2008년 2924억원에서 지난해 5711억원으로 95%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생협별 조합원 수는 한살림 29만7000명, 아이쿱 15만5000명, 두레 11만명이다. 매장 수는 한살림이 139개로 가장 많고, 아이쿱 110개, 두레가 7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생협의 근간은 소비자다. 소비자 운동에서 출발한 생협은 조합원이 곧 소비자다. 생협 물품은 조합원들만 살 수 있다. 출자금 3만원만 내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소비자가 조합에서 탈퇴하면 출자금을 돌려받게 된다. 조합원들은 산지 물품 선정과 가격 결정, 유통, 판매 등 전 과정에 관여한다. 매장은 지역 조합원들의 출자금으로 개설되고 물품 이용 경험이 많은 조합원이 운영을 맡는다.

생협 성장의 힘도 조합원인 소비자에서 나온다. 이경미 한살림 홍보기획팀장은 “대외적인 판촉이나 광고 등은 일절 하지 않는다”며 “불황에도 회원과 매출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의 입소문과 높은 충성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원이 늘어나면서 생협에서 판매하는 상품 가격도 낮은 수준에서 안정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생협 물품은 마트와 백화점의 친환경 매장에 비해 대부분 10~30% 저렴하다. 한살림은 매년 12월 쌀 생산자 대표와 소비자 대표들이 만나 이듬해 수매량과 수매가를 결정한다. 생협들은 2010년 가을 배추가 포기당 1만원이 넘는 파동이 일어났을 때에도 유기농 배추를 2000원대에 판매했다.

생협들은 조합원들의 다양한 수요에 맞춰 친환경 농축산물뿐 아니라 각종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등으로 취급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아이쿱생협은 매장에서 우리밀로 만든 베이커리류와 피자를 판매하고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테리아도 운영하고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 생활협동조합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설립·운영하는 비영리법인. 가입비 3만원을 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1986년 친환경·유기 농산물 직거래 운동에서 출발한 한살림이 시초다. 아이쿱생협과 두레생협은 각각 1997년 설립됐다. 1999년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 제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