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노부호 교수 "구글처럼 직원에 맡겨보세요…혁신 밑그림 저절로 나옵니다"
기업하기가 정말 어렵다.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아서 걸리는 게 많다. 경쟁은 치열하다. 죽기 아니면 살기다. 달리고 또 달리지 않으면 제자리 지키기도 어렵다. ‘붉은여왕효과’에 진저리 쳐지는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조직과 경영 방식으로 스마트 시대의 거친 파도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

[책마을] 노부호 교수 "구글처럼 직원에 맡겨보세요…혁신 밑그림 저절로 나옵니다"
노부호 서강대 교수(65)는 “아직 멀었다”며 손을 내젓는다. “지금은 상식의 시대가 아니라 역설의 시대”라며 “‘좋은 경영자’가 아닌 ‘창조적 파괴자’ ‘미친 경영자’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통제경영으로부터의 작별’을 주문한다. 최근 펴낸 《통제경영의 종말》(21세기북스, 2만2000원)에서다. 그가 지난 15년간 21세기 비즈니스포럼을 운영하면서 기업인들과의 현장 사례 중심 연구를 통해 터득한 지혜를 체계적으로 엮은 책이다.

노 교수는 “기업이 당면한 문제의 기본은 낮은 경쟁력”이라며 “경영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의 수준을 가장 낮은 ‘지시통제경영’, 목표를 주고 일을 시키는 ‘목표관리경영’, 자율적 주도권을 강조하는 ‘비전경영’ 3단계로 나누고 “비전경영 수준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중소기업의 경영 수준은 대체로 낮아요. 대기업도 목표관리경영에서 비전경영으로 가는 중이라고 할 수 있어요.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의 강자 삼성전자도 그래요. 연구·개발(R&D) 수준은 높은데 관리경영 수준은 그에 훨씬 못 미칩니다. 조직과 조직원은 자율에 맡겨야 상상하기 시작합니다. 자기가 주도권을 쥐면 생각하죠. 그때 아이디어가 나와요. 그 아이디어가 혁신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그는 P&G가 직원 각자에게 맡은 일을 책임지게 한 방식을 주목한다. 구글의 개방적이고 도전적인 기업 문화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조직원들이 잠재력을 드러내 혁신을 낳게 하는 경영 사례라는 것이다.

“P&G는 일을 맡기고 책임을 지게 하죠. 처음에는 죽을 지경이라고 하는데 2~3년 고생하면 회사 밖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습니다.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책임지고 일하는 과정에서 잠재력이 계발되는 거예요. 구글은 개방적이고 도전적이죠. 슈미트 회장이 사원들과 토론할 때는 누가 회장이고 사원인지 모를 정도라네요. 실패도 용인하고요. 실패를 통해 새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는 태도예요. 구글처럼 될 수 있나 생각해봐야 합니다.”

노 교수는 ‘자율적 주도권’을 설명하기 위해 멧돼지와 집돼지 이야기를 꺼낸다. 멧돼지가 날렵한 것은 자율과 책임 아래 개성적이고 독립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이며, 집돼지는 규제와 보호라는 틀 속에 안주해 의존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에 미련하다는 것이다. 조직 내 자율성의 크기에 따라 구성원이 멧돼지가 되느냐 집돼지가 되느냐가 결정된다는 의미다. 그는 한발 나아가 “조직원이 회사를 떠날 수 있도록 하는 경영이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당장 나가서 자기 사업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노 교수는 소위 재벌 빵집 비난과 관련, “공정거래에 저촉되지 않고 단순히 외국 브랜드를 들여오는 게 아니라면 못하게 할 이유가 없다”며 경제 전반의 자율경쟁을 강조한다.

“동네 빵집이 안되는 것은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안되는 빵집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민해야지 잘하는 빵집 앞길을 가로막는 게 말이 되나요.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지요. 기업 확장도 그래요. 구글은 온갖 것 다합니다. 대기업이 계열사를 늘리지 못하도록 막을 일인가요. 그건 경제 정책 중 가장 나쁜 정책이에요.”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