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홍콩과 함께 세계 미술시장의 3대 축인 런던에 이달 각국의 슈퍼 리치들이 대거 모인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새해 첫 경매 ‘빅매치’를 벌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티는 7, 8일(현지시간) 런던 경매장에서 인상주의 및 근대 미술품 경매를 실시하고 14, 15일에는 현대 미술품을 경매한다. 소더비도 8, 9일(인상주의와 근대 미술품)과 15, 16일(현대 미술품) 대규모 경매 행사를 개최한다. 매년 2월에 열리는 런던의 메이저 경매 결과는 한 해 미술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전 세계 컬렉터와 딜러들의 관심을 모은다.

◆210억~310억원대 그리스의 ‘책’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인상파 및 근대 미술품 경매에는 대가들의 작품 648점이 쏟아진다. 추정가 총액은 2억8200만파운드(5000억원)를 웃돈다. 크리스티는 클로드 모네, 파블로 피카소, 후안 그리스, 르네 마그리트 등의 작품 324점(추정가 2120억~3100억원)을 내놓는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추정가 1700만~1800만파운드(210억~310억원)에 나오는 큐비즘 작가 후안 그리스의 1914~1915년작 ‘책’이다. 색면으로 명쾌하게 구성된 화면에 책을 기하학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응찰자들의 경합이 예상된다.

크리스티는 첫날 경매 후 기획 행사로 작년 3월 타계한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소장품 38점을 경매한다. 반 고흐의 1889년작 ‘생 레미 성당과 안식처 풍경’이 추정가 500만~700만파운드에 나오며 에드가 드가, 헨리 무어, 로베르 들로네 등의 작품도 새 주인을 찾는다.

인상파와 근대미술 대가들의 작품 342점을 모아 8~9일 경매하는 소더비는 호안 미로의 유화 작품(700만~1000만파운드)과 구스타프 클림트의 ‘자작나무가 있는 호반’(600만~800만파운드), 클로드 모네의 ‘지베르니의 겨울’(450만~650만파운드),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의 ‘오아시스’(400만~600만파운드)를 전략 상품으로 내놓는다.

14~16일 실시되는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전후 현대미술’ 경매에는 프랜시스 베이컨, 장 미셸 바스키아,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최고 ‘블루칩’ 작가는 물론 데이미언 허스트와 마크 퀸, 트레이시 에민, 샘 테일러우드, 제이크&다이노스 채프먼 형제, 앤서니 곰리 등 이른바 ‘yBa(young British artists)’ 작가들의 작품이 나온다.

◆2010년 미술품 80억달러 거래

2010년 영국 미술품시장의 거래 규모는 약 80억달러. 세계 거래의 22%를 차지하지만 미국(34%)과 중국(23%)에는 뒤졌다. 영국 미술품시장 거래가 위축된 것은 EU내에서 적용하는 ‘추급권’ 때문이다. 추급권은 미술 작품이 재판매될 때 저작권자인 작가가 판매액의 일정한 몫을 받을 수 있는 권리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추급권이 런던 미술시장 성장성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지만 유럽 재정위기 이후 경기가 비교적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고 국제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해진 만큼 미술시장도 활기를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