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초·중·고생들이 쓴 사교육비가 총 20조1266억원으로 전년(20조8718억원)보다 7452억원(3.6%)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사교육 관련 물가지수를 감안한 실질 사교육비는 19조3711억원으로 7.2% 감소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통계청은 17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1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1081개 초·중·고생 학부모 4만6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두 차례 지출을 조사한 뒤 연간 사교육비 규모를 추정했다. 조사 범위는 학원비, 과외비(개인·그룹), 학습지, 인터넷·통신강의비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원으로 전년과 같았다. 물가 수준을 감안한 실질 사교육비는 23만1000원으로 3.8% 줄었다. 초등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1000원으로 1.6% 감소했고, 고등학생은 전년(21만8000원)과 변동이 없었다. 반면 중학생은 25만5000원에서 26만2000원으로 2.7% 늘었다.

과목별 사교육비는 영어(8만1000원)와 수학(7만원)이 각각 1.3%, 2.9% 늘었고 국어(1만9000원)는 9.5% 감소했다. 초·중·고 가운데 중학생 영어(9만5000원)와 수학(9만7000원)에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많았다.

유형별 사교육비(월평균)는 학원 12만2000원, 개인과외 3만3000원, 그룹과외 2만2000원으로 각각 조사됐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로 32만8000원이었다. 경기(26만9000원), 대구(24만4000원)가 뒤를 이었다. 서울의 1인당 사교육비는 가장 낮은 전북(15만5000원)의 2배를 넘었다.

하지만 이번 사교육비 감소 통계는 학생 수 감소 요인이 큰 데다 학부모들이 실제 부담하는 총 사교육비와는 달라 큰 의미를 두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초·중·고생 수는 총 698만7000명으로 전년에 비해 24만9000명(3.4%) 줄었다. 사교육비 감소분(3.6%)의 대부분이 여기서 나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교육비 범위에 초·중·고 방과후학교 활동비와 EBS 교재비, 어학연수비, 대입컨설팅비 등이 빠져 있는 부분도 논란거리다. 신익현 교과부 교육정보통계국장은 “방과후학교와 EBS에 들어가는 돈은 공교육비로 분류해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유아와 재수생에게 들어가는 비용도 반영되지 않아 전체 사교육비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은 “방과후학교와 어학연수 비용이 사교육비 통계에 포함이 안됐는데 오히려 늘었다”며 “가계가 부담하는 모든 비용을 통계에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 불황에 따른 가계소득 감소로 학부모들이 사교육비를 줄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다”며 “이번 통계가 지나치게 오른 물가 탓에 사교육에 더 이상 투자할 여력이 없는 가계 사정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교사들도 대부분 “현실과는 너무 다르다”는 반응들이다. 중3 자녀를 둔 A씨(43·여)는 “중3 딸이 매달 80만원을 사교육비로 쓰고 중간·기말고사 때는 학원비가 100만원에 육박한다”며 “1인당 사교육비가 24만원이라는 통계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