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줏대감' W몰ㆍ마리오에 하이힐쇼핑몰 '도전장'
불황일수록 아울렛타운이 더 각광을 받는다. 소비자들이 가격에 더 민감해져 한 푼이라도 싼 곳을 찾기 때문이다. 손님맞이에 분주해야 할 국내 최대 아울렛타운인 서울 가산동 패션로데오거리. 정작 이곳에선 요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 시장을 주도하는 W몰과 마리오아울렛 바로 앞에 ‘한라 하이힐 복합빌딩’이 올라가고 있어서다.

이 건물은 국내 아울렛 매장으론 가장 큰 W몰에서 왕복 4차선 도로 건너편에 세워지고 있다. 시공사는 한라건설이며 내년 3월 완공 목표다. 매장 규모가 W몰의 1.5배 정도로, 이 복합빌딩 안에는 6개 층의 쇼핑몰과 3개 층의 영화관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의 초점은 하이힐 1~6층에 들어서는 쇼핑몰이다. 이 쇼핑몰을 유통업계의 강자인 롯데쇼핑이나 이랜드가 운영하게 되면 W몰·마리오아울렛 쌍두마차가 주도하는 가산동 아울렛타운 시장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울렛몰 관계자는 “롯데쇼핑이나 이랜드가 하이힐 쇼핑몰을 아울렛으로 꾸며 영업에 나서면 W몰이나 마리오 측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매장 규모가 월등히 큰 데다 대형 영화관(롯데시네마) 유치까지 확정된 상태여서 집객력(고객을 끌어모으는 힘)이 막강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건물의 시행사인 세경디앤비 관계자는 입점할 쇼핑몰에 대해 “모든 게 유동적이어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W몰이나 마리오 측은 겉으로는 태연하지만 내심 바짝 긴장하고 있다. 롯데쇼핑이나 이랜드에는 당해내기가 벅차다는 점에서다. 이는 패션 브랜드들을 대거 끌어모아 매장을 구성하는 상품기획자(MD)의 능력 차이에서 비롯된다. W몰과 마리오아울렛이 아울렛타운을 장악한 것도 최소한 200개 이상의 브랜드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힘이 뒷받침됐다는 설명이다.

가산동 아울렛타운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 2단지에 30여개의 재고의류 전문점들이 밀집된 곳이다. 연간 8000억원 정도의 의류·잡화들이 팔리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을 W몰과 마리오아울렛이 차지하고 있다. 한섬, 제일모직, 나이키, 노스페이스 등의 의류업체들도 직영 아울렛 매장을 두고 있다.

원신월드가 운영하는 W몰의 영업면적은 3만3000㎡(1만평)에 이른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마리오아울렛이 1, 2관을 합쳐 1만8480㎡(5600평)인데 비하면 2배 수준이다. 소규모의 원신아울렛을 부수고 그 자리에 지하 4층~지상 10층의 대형 점포를 2007년 2월 완공, 단숨에 마리오아울렛을 앞질렀다. 김광섭 W몰 광고홍보팀 차장은 “지난해 매출은 3000억원에 달한다”며 “경쟁점의 증축에 대비해 3개층의 매장을 증설, 오는 3월 초 리뉴얼 오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리오아울렛은 2001년 탄생 당시 가장 큰 아울렛 매장으로 인기를 끌었던 곳이다. 지금도 연간 매출이 W몰의 8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마리오도 2관과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5만9400㎡(1만8000평) 규모의 3관을 짓고 있다. 마리오아울렛은 오는 9월 3관이 문을 열면 평일 10만명, 주말 20만명이 찾는 쇼핑의 명소로 발돋움해 내년 이후 재역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 금천구청도 다양한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유병소 금천구 지역경제과 주임은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돼 아파트형 공장밖에 들어설 수 없는 가산디지털단지 안에 상업시설이 가능하도록 온갖 규제를 푸는 데 주력해왔다”며 “올해는 많은 수도권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는 문화공연 분야를 강화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