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타인 간 거래 '증여세 폭탄'에 제동
부모자식 사이가 아닌 남남끼리의 거래에 양도소득세 대신 증여세를 물려온 과세관청의 ‘증여세 폭탄’에 제동이 걸렸다.

비(非)특수관계인끼리의 거래에 증여세를 부과하려면 양도차액(양도가-시가)이 시가 대비 30% 이상인 고액거래여야할 뿐 아니라 정당한 거래가 아니라는 점을 과세관청이 입증해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증여세율은 최고 50%(30억원 초과분)로 양도소득 최고세율(주식은 30%)보다 높아 과세관청이 증여세 과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지엠기획의 주주 A씨가 “우회상장 과정에서 주식을 고가로 양도했다며 증여세 18억여원을 부과한 건 부당하다”며 성동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코스닥시장 상장법인 엠넷미디어와 비상장 연예기획사 지엠기획은 2006년 주식의 포괄적 교환계약을 체결, 엠넷미디어와의 흡수합병을 통해 지엠기획을 우회상장했다. 지엠기획 1주당 가치가 1만6822원으로 결정돼 지엠기획 주주들은 1주당 엠넷미디어 주식 2.8주를 받았다.

이에 대해 과세당국은 지엠기획 가치가 주당 1004원이라며 “거래금액이 실제 가치의 10배 이상 부풀려진 비특수관계인 사이의 고가 거래”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지엠기획 주식 16만주와 엠넷미디어 신주 45만여주를 교환한 A씨에 대해 “(과세표준 기준) 30억원이 넘는 증여이익을 얻었으니 50%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며 증여세 18억여원을 부과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비특수관계자 사이 거래에 증여세 부과처분이 적법하려면 양도자가 비특수관계자에게 시가보다 현저히 높은 가액으로 재산을 양도했다는 점뿐 아니라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점까지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한다”고 최초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사회 승인 등 법적 절차를 모두 거친 점, 주식 교환비율은 외부 회계법인이 산정한 점, 엠넷미디어가 지엠기획 주주들에게 특별히 이익을 줄 이유가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정당한 사유가 있었던 거래이므로 증여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5조 2항)은 “특수관계자 아닌 자 간에 재산을 양수하거나 양도한 경우로서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없이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액 또는 현저히 높은 가액으로 재산을 양수하거나 양도한 경우에는 그 대가와 시가의 차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의 강석훈 변호사는 “비특수관계 거래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를 두고 납세자와 과세당국 간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는데, 입증책임을 과세당국에 지워 증여세 부과를 제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비상장회사 주식가치 평가는 세법상으로는 과거 영업이익이 기준인 반면, 회사 경영진이나 주주들은 해당 기업 미래가치를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사례는 세무당국과 시장의 평가액에 큰 차이가 나 증여세 부과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