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TV의 핵심 운영체제(OS)로 부상하고 있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당분간 탑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자사 운영체제인 ‘스마트 허브’를 더욱 발전시켜 향후 상황에 따라 안드로이드 OS와 병행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이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면서도 ‘바다’라는 독자 OS를 고집하고 있는 모바일 전략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구글에 대한 의존도를 지나치게 높이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2’에서 독자 OS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TV’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종전 모델과 비교해 입력장치·유저 인터페이스(UI)·콘텐츠·서비스 등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면서도 당초 예상과 달리 안드로이드 대신 자사 운영체제를 탑재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용자의 손 동작과 목소리를 인식해 구동하는 인터페이스를 갖췄을 뿐만 아니라 ‘삼성 N 서비스’라고 알려진 독자적인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도 구현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은 “어떤 형태로 구글 OS에 기반한 TV를 내놓을지 결정하지 못했다”며 “TV와 모바일 사업은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동안 구글이 모바일 쪽에서 잘해 왔을지 모르지만 스마트TV 시장까지 구글 주도로 흘러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휴대폰과 달리 확고한 글로벌 1위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TV시장에서 섣불리 구글과의 협력을 확대할 경우 사업의 독자성과 비교우위가 훼손당할 수 있다는 우려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TV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상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가 외부 기업에 자사의 핵심 역할을 맡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