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점포] 어머니 손맛으로 만든 김치찌개, 얼큰하고 상쾌…단골손님 많아
서울 포이동의 포이초등학교 정문 앞. 밤이 되면 행인들을 구경하기 힘든 후미진 곳이다. 편도 1차선의 좁은 길을 따라 마을버스가 오갈 뿐 노선버스도 눈에 띄지 않는다. 아파트단지는 멀리 떨어져 있고 주위엔 단독주택들이 듬성듬성 자리잡았다. 이런 한산한 곳에 자리잡은 김치찌개 전문점 ‘돈가네’. 식당 주변에 유난히 차들이 많다. 돈가네는 11년 전인 2001년 29.7㎡(9평)짜리 구멍가게로 출발, 지금은 198㎡(60평)짜리 중대형 점포로 성장했다. 명절 당일만 빼고 연중 무휴로 영업해 한 달에 4500만원 매출을 올린다. 멀리서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이 없다면 이런 입지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돈가네의 성공 스토리에는 서복원 사장(52·사진) 부부의 땀과 눈물이 녹아 있다. 한국인 누구나 즐기는, 평범한 김치찌개에 ‘어머니의 손맛’을 불어넣어 이 식당을 맛의 명소로 만든 것은 바로 부인이다. 개업 초기 서 사장은 부인이 만든 김치찌개 식재료를 냄비에 담고, 이를 끓이는 장비까지 챙겨 강남 어디든 배달을 나섰다. 포이동 일대에는 소문이 금방 퍼졌다. 서 사장은 “일반 식당들은 다 끓인 찌개를 배달하는 게 일반적인데, 신선한 재료를 가져다가 현장에서 끓여 먹으니 얼마나 맛있겠습니까. 5년을 이렇게 하니 단골이 늘었습니다.”

집에서 누구나 끓여 먹는 김치찌개를 누가 외식하러 찾아올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포이동 주민들이 직장이나 지인들에게 입소문을 내는 바람에 주말에 가족들을 데리고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줄을 선다. 평일은 주로 강남 일대 직장인들이 가게를 찾는다. 덕분에 평일이든 주말이든 점심 때는 김치찌개 외에는 취급하지 않는다. 기다리는 사람들을 소화할 수 없어서다. 하지만 저녁 때가 되면 삽겹살, 두루치기, 계란말이도 맛볼 수 있다. 단골고객 권영숙 씨(48)는 “집에서도 김치찌개를 끓이지만 돈가네의 독특한 맛을 흉내내기는 힘들다”며 “ 숙성된 김치를 넣은 육수가 맛을 내는 핵심인 것 같다”고 말했다.

돈가네가 김치찌개 외의 메뉴를 취급한 것은 2008년부터다. 2006년 가맹사업을 시작, 가맹점이 늘어나면서 일부 점주들의 메뉴 보강 요구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김치찌개 하나만을 고집하는 가맹점이 적지 않다. 전체 60개 가맹점 중 20여개는 김치찌개 전문점을 고수하고 있다. 오산 용인 기흥 등 수도권 일부 가맹점들은 메뉴 하나만으로 하루 평균 매출이 250만원을 훌쩍 넘는다. 해당 지역에서 맛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덕분이다.

서 사장은 “외식 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가맹점들이 선전하고 있다”며 “김치찌개는 대중적인 아이템인 데다 주인이 직접 주방을 운영할 수 있어 인건비도 적게 드는 덕분”이라고 말했다. 찌개 외에 밑반찬은 간단하다. 고추와 양파, 된장, 무말랭이가 전부다. 복잡한 상차림이 아니어서 식자재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요인이다. 가맹조건은 99㎡(30평) 기준으로 점포비를 뺀 창업비용이 7500만원 든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