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조, 벽체, 문틀 등 주택의 각 부분을 규격화시켜 공장에서 제조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고 일부 마감공사만 진행하는 ‘모듈러(modular) 주택’이 본격 공급된다. 공기 단축과 값싼 건자재 사용으로 가격 경쟁력을 키울 수 있어 한옥, 도시형 생활주택, 콘도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수익형 부동산으로 인기를 끌어온 도시형 생활주택 등 소형주택이 비싼 분양가로 수익률이 떨어져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며 “모듈러 주택이 본격적으로 공급되면 소형주택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늘어나는 모듈러 주택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모듈러 공법으로 주거시설을 지으려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형주택 전문인 수목건축은 설계·시공업체인 포스코A&C와 공동으로 도시형 생활주택을 모듈러 공법으로 공급키로 했다. 수목건축은 상품개발 마케팅 임대관리를, 포스코A&C는 설계·시공을 각각 맡는다.

포스코A&C는 다음달 충남 천안에 모듈러 주택 공장을 준공하고 모듈러 주택용 자재 생산을 시작한다. 서울 삼성동에 대지 330㎡ 규모의 직원 숙소를 시범사업으로 짓고 도시형 생활주택 건립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피데스개발은 지난해 10월 경기도 양주에서 전용면적 60㎡ 한옥을 모듈러 공법으로 지었다. 기존 공사기간보다 30% 짧은 4개월가량 걸렸다. 회사 측은 모듈러 공법을 확대 적용하면 3.3㎡당 800만원에서 600만원대로 공사비를 낮출 수 있어 사업성이 충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문경시 SM엔터테인먼트 등과 경북 문경에 지을 영상문화관광복합단지 내 콘도도 모듈러 공법으로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사기간이 6개월로 짧고 공사비도 3.3㎡당 300만원 안팎이어서 사업성이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기본틀을 제작·조립하는 방식이어서 공기를 50% 이상 줄이고 자재도 80%가량 재활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정부도 모듈러 주택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내달 실시할 예정이다.

◆대형건설사도 모듈러 활용

국내에 진출한 세키스이하임 미사와홈 등 일본 업체들도 모듈러 주택을 확산시키고 있다.

일본의 모듈러 주택은 수명이 140년에 이르고 내진설계 방탄기능 등을 갖춘 친환경 주택이다. 국내에서는 일본 수입자재로 타운하우스 등 고급주택을 지어 상대적으로 건설원가가 높다. 세키스이하임은 상반기 수도권 지역에 지붕모듈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국내 딜러인 이에스하임의 김준범 사장은 “상반기 10가구 정도를 모듈러 주택으로 지을 계획”이라며 “지붕공장이 지어지면 물류비 절감 등으로 건축비를 3.3㎡당 600만원대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한라건설 등 대형 건설사도 시공원가를 낮추기 위해 모듈러 공법 활용을 적극 검토 중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국내 주택시장은 소비자 편의를 강화하지 못하면서도 원가가 올라가는 고비용 구조”라며 “현재보다 원가를 20%가량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모듈러 주택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 모듈러 주택

전체 공정의 70~80%를 차지하는 기본골조 벽체 문틀 욕실 등을 모듈화시켜 공장에서 미리 제작, 부지 위에 배치하고 일부 마감공사만 하는 주택. 공사기간을 줄일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커진다. 조립식 주택은 현장에서 개별 건자재를 짜맞추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