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보안 무관심한 인터넷 강국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국내 포털사이트들이 이달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익스플로러6(IE6)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2001년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데다, 보안에 극도로 취약한 탓에 오래 전부터 교체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웹브라우저다. 포털의 이번 조치는 뒤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 인터넷의 보안환경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럼에도 국내 상당수 인터넷 이용자는 아직도 IE6을 고집하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국내 브라우저 시장에서 IE6 점유율은 6.48%로 세계 평균에 비해 네 배 이상이나 높다.

IE6은 보안패치가 자동으로 갱신되지 않아 악성코드 감염과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의 주요 경로로 활용되고 있다. 해커들은 이 웹브라우저를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훤하게 꿰뚫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IE6을 통해 자사 이메일 계정이 해킹당하자 이미 IE6 지원을 중단한 상태다. IE6은 또 최신 웹 표준 기술이 반영되지 않아 원활한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하다. 개발자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할 때마다 비표준 환경인 IE6 때문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 IE6이 국내 정보기술(IT)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유다.

물론 그동안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7월부터 국내 포털업계와 마이크로소프트,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과 ‘IE6 업그레이드 및 다양한 브라우저 사용하기’ 캠페인을 벌였다. 특히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포털업체들은 IE6으로 사이트에 접속하면 화면 상단에 경고 문구를 크게 띄우는 등 IE6 이용자들을 향해 강하게 호소했다. 하지만 이 같은 총력전에도 IE6 이용자는 3분의 1 정도로 줄었을 뿐이다. 기본적으로 사이버 보안에 대한 국내 이용자들의 경각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잇따른 큰 해킹 사건 이후에도 온라인 보안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은 그대로 드러났다. 각각 3500만명, 1320만명의 개인 정보 해킹 사건을 당한 SK커뮤니케이션즈와 넥슨은 비밀번호 변경 캠페인을 강력하게 실시했다. 하지만 비밀번호 변경률은 각각 54%, 45%에 불과했다. “한국은 인터넷 보안 무관심 강국”이라는 해커들의 비아냥은 언제쯤 끝날까.

김주완 IT모바일부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