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3.0시대] "막말 난무 法으로 막아야" vs "자율적 자정작용 믿어야"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은 뼛속까지 친미(親美)’라는 반대글을 올렸다. 이 글이 여기저기 퍼져나가자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달 “법관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에 있어 분별력 있고 신중해야 한다”는 권고를 결의했다. 양승태 대법원장도 전국 판사들에게 신중한 언행을 세 차례나 당부했다. 이에 대해 “자연인으로서 SNS에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의견과 “법관의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 위신을 떨어뜨리는 일”이라는 지적이 온라인에서 팽팽히 맞섰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인신공격이 잇따르자 작년 5월 영국에선 소셜네트워크 사이트가 글 게시자의 신상 정보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잉글랜드 사우스 타인사이드 지방의회 의원 3명과 공무원 1명은 자신들을 비난하는 글을 트위터에 계속 올린 ‘미스터 몽키’라는 이름의 게시자에 관한 신상 정보를 건네달라는 소송을 트위터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 법원에 냈고, 법원은 트위터사에 5개 트위터 계정의 자세한 정보를 건네줄 것을 명령했다.

SNS의 공공성 논란이 뜨겁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달 초부터 SNS를 심의하는 ‘뉴미디어 정보심의팀’을 신설해 가동하고 있다. 이 팀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 올라온 글 가운데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유해게시물, 국가보안법 위반 게시물, 명예훼손물 등을 찾아내 삭제를 권고하고, 불응하면 계정을 없애는 권한을 갖는다.

이에 대해 좌파 시민단체들은 “국민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짓밟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실상의 여론검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측은 그러나 “SNS의 양이 급증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어 규제가 불가피하다”며 규제 방침을 고수,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SNS 인권피해 1만6698건

[소셜 3.0시대] "막말 난무 法으로 막아야" vs "자율적 자정작용 믿어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SNS를 규제하는 이유로 법률 위반 사례가 급증했다는 사실을 든다. 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SNS관련 심의 현황’에 따르면 트위터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가 적발된 경우는 2009년 1건이었던 것이 2010년 39건, 2011년 184건으로 크게 늘었다. 불법정보 유포로 적발된 건수는 2009년 54건에서 2010년 345건, 2011년 780건으로 2년 새 15배 늘었다. 김성동 의원(한나라당)은 “지금까지 미네르바, 타블로 사건처럼 SNS에서 비롯된 개인 사생활과 인권 피해 사례만 1만6698건에 달한다”며 “그 중 음란은 11건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모두 식·의약품(75%), 국가보안법, 문서위조, 불법 명의 거래 등 실생활에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법질서 위반 항목이었다”고 밝혔다.

때문에 SNS에 대한 어느 정도의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황유선 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SNS는 정보의 확산성이나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명예훼손에 의한 피해 역시 눈덩이처럼 커진다”고 말했다.

◆사용자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소셜 3.0시대] "막말 난무 法으로 막아야" vs "자율적 자정작용 믿어야"
그러나 SNS의 특성상 인위적 규제보다는 자정작용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인터넷 게시판과 달리 글쓴이의 자취가 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누가 글을 리트위트했는지 추적해보면 간단히 글쓴이를 찾을 수 있고, 팔로 차단 기능을 통해 욕설이나 막말을 하는 트위트는 아예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상습적으로 거친 표현을 하거나 한 개의 주소로 10여개의 트위터를 작동시켜 자동으로 막말을 쏟아내는 계정을 찾아내 트위터러들에게 알려주는 ‘트위터 자경단’은 SNS 자정기능의 모범 사례다. 《트위터 무작정 따라하기》의 저자 정광현 씨는 “선거기간을 전후해 상습 막말 트위터 계정 700여개를 찾아냈다”며 “그러나 막말을 쏟아내는 사람은 수백명에 불과하므로 상황을 과장할 필요는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포털사이트, SNS사업자 등은 일반인이 명예훼손 소송 등에 휘말리지 않도록 SNS사용자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사업자들이 자율 규제에 대한 공통된 지향점을 갖고, 이를 법원에서 승인하는 모델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조원철 서울서부지방법원 부장판사는 “SNS 포털사업자 대형ISP(인터넷서비스 사업자)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들이 자정·자율적 규제를 함으로써 사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