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먼저 간 아내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
‘긴긴 밤은 다해 가고 달은 넘어가려는데/이웃집서 새벽 닭이 자주 자주 울어대네/이불 쓰고 앉은 채로 생각자니 서글퍼라/꿈속에선 내 분명코 죽은 아내 마주했네.’

조선 전기의 문신 서거정(1420~1488)의 시 ‘효음(曉吟)’이다. 먼저 간 아내 선산김 씨를 그리며 쓴 시라서인지 굵은 눈물방울에 묻어내리는 절절한 그리움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외로운 밤 찬 서재에서 당신 그리오》(정선용 엮음, 일빛, 1만5000원)에는 이렇게 ‘먼저 간 아내’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는 옛시 153편이 실려 있다.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인 정선용 씨가 엄선해 옮긴 시편들로, 불의의 사고로 먼저 간 아내 이미란 씨가 찍은 사진과 함께 엮었다. 그러고 보니 각각의 시편들이 다 저자의 애끊는 마음이며, 누군가를 잃고 사는 우리 모두의 그리움이기도 한 것 같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