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노벨문학상 탄 大家들은 이상을 품은 반란자
“우리는 반드시 얘기해야 해요. 치명적인 트라우마까지, 그 모든 것을…. 우리 세대는 이 문제를 결코 뛰어넘을 수 없고, 어떤 종지부도 찍을 수 없을 거요. 그러나 나는 그것에 관해 계속해서 쓸 거라고 약속할 거요. 나는 계속해서 입을 열 것이고, 나의 적들은 참을 수밖에 없을 거요.”

1999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양철북》의 작가인 그는 나치 친위대 전력에 대한 때늦은 고백과 그로 인한 비난에도 과거의 기억을 자신의 문학적 원천으로 삼고 있다.

《16인의 반란자들》에는 이처럼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과 나눈 특별한 대화가 실려 있다. 저자는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 문학 전문기자인 사비 아옌과 사진기자 킴 만레사.

이들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세계 곳곳을 누비며 주제 사라마구(포르투갈), 오에 겐자부로(일본), 토니 모리슨(미국), 다리오 포(이탈리아), 오르한 파묵(터키), 도리스 레싱(이란), 가오싱젠(중국),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콜롬비아), 비슬라바 쉼보르스카(폴란드) 등 16명의 수상자들과 만났다. 길게는 8일, 짧게는 6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작가의 집을 찾아가 가족과 어울리고, 작업실뿐만 아니라 주방까지 살펴봤다.

2000년 수상자인 중국 출신의 가오싱젠은 망명지인 프랑스 파리에서 한 인터뷰에서 “나는 좌파니 우파니 하는 우스꽝스러운 차별성 너머에 존재한다. 나는 권력의 한계에 대항하는 메커니즘으로 형성된 시스템을 믿는다. 그게 바로 내 저항의 형태”라고 말한다.

1995년 수상자인 주제 사라마구는 죽기 전 인터뷰에서 “포르투갈인의 멘탈은 시들어가고 시민들은 우울하다”며 “세계의 정치지형과 경제적인 변화로 인해 영영 사라진 나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93년 수상자인 토니 모리슨은 “공식적이고 법적인 제도는 사라졌지만, 일을 하고도 돈을 못 받거나 자기 마음대로 일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지금도 노예제도는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은 거의 대부분 그 사회의 지배 논리로부터 거리를 두고 권력의 저변을 이루는 속성에 맞서고 있었다”며 “문화 너머에 있는 일들과 담을 쌓은 작가의 역할에 머물지 않았다”고 말한다.

홀로코스트, 노예제도, 독재정부, 인종차별 등 자신이 처한 비극적 환경에 저항한 반란자였다는 것이다. 고통스런 현대사를 살아온 위대한 작가들의 이야기는 삶의 성찰과 함께 우리의 현재를 되짚어보게 한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