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둥성 광저우에 있는 아리스(Aries) 자동차부품 회사. 지난 27일부터 생산라인이 멈춰섰다. 회사 측이 연말보너스를 작년보다 25% 줄이겠다고 하자 직원들이 조업거부로 맞선 것. 노조(공회)는 “하루 12시간 기본 근무에 월 50시간의 연장노동을 하고 있는데도 회사가 임금을 줄이려 한다”고 반발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심상치 않다. 공단이 밀집돼있는 광둥성과 저장성 등에서 연일 노동자들의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 난징(南京) 공장에서도 지난 26일부터 3일간 파업이 발생했다. 로이터통신은 “광둥성지역에서만 지난주에 최소 4건의 파업이 일어났다”며 “미국 유럽의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사태가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물가폭등·빈부격차에 멍든 중국…임금인상 요구 '줄파업'

◆경영악화와 생활비 상승 충돌

기업의 경영악화와 노동자들의 생활물가 상승이 파업을 발생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다. 광둥성의 경우 지난 10월 수출이 전월 대비 9% 이상 줄어드는 등 해외 주문 감소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홍콩기업연합회는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중국에 진출한 홍콩 기업 5만여개 중 3분의 1이 내년 말까지 문을 닫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들은 경영이 악화되자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잔업수당 복지혜택 등을 줄이고 있다. 광둥성에 있는 여성속옷 업체인 탑폼인터내셔널의 여성 노동자들은 성과급을 줄이겠다는 회사 측의 방침에 반발해 이달 초 파업을 했다. 컴퓨터 부품업체인 징모쥐(精模具)전자기술에서는 회사가 주말수당을 줄이기위해 평일 연장근무 시간을 늘렸다가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그렇지만 시장 전체적으로는 인력이 모자란다. 정부가 농촌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서 도시로 유입되는 농민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선 고임금 노동자를 해고하고 저임금 인력으로 대체하기도 쉽지않은 상황이다.

노동자들은 노동자대로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고로 고통받고 있다. 광둥성 근로자들의 월급은 대략 1100~2000위안(20만~36만원) 수준. 그러나 올해 식음료 물가가 10% 이상 치솟으면서 생활수준이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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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임금 인상 독려

파업을 주도하는 세력은 빠링허우(1980년대 출생자) 지우링허우(1990년대 출생자)로 불리는 젊은 노동자들이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1억5000만명으로 추산되는 농민공 중 1억명가량이 198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다. 이들은 일자리를 얻는 것만으도 만족했던 부모세대와 달리 자신들의 권리를 적극 주장한다.

지난해 일본혼다자동차의 광저우 부품공장 파업당시 이들은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노조를 배제하고 직접 협상에 나서 공산당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중국의 노조인 공회가 공산당 지부 형태이지만 관료화돼 노동자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국 정부는 임금 인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선전과 광저우는 내년 1월1일부터 최저임금을 각각 1500위안과 1470위안으로 인상할 예정이다. 인력자원사회보장부는 “올해부터 시작된 12차5개년 기간 중에 최저임금을 매년 13% 올리도록 지방정부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영악화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미국에 있는 노동단체인 차이나레이버워치의 리창 연구원은 “경영악화를 이기지 못한 기업들이 대량해고에 나설 경우 노동 불안은 물론 사회 불안까지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