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공짜 복지' 에 현혹되면 민주주의 미래 없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을 ‘왕의 의자에 앉은 거지’라고 일컫는 이유는 무엇인가. 풍부한 천연자원에도 불구하고 오랜 식민통치를 겪었고 독립 이후에도 천연자원 이득 대부분이 소수 자본가와 외국 기업에 집중된 초양극화 사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당의 역사가 짧고 신생 정당 출현이 잦아 당의 정체성이나 원칙보다는 인물에 따라 정치인이 선출되는 경우가 많다.

《포퓰리즘과 대한민국의 장래》는 라틴아메리카가 포퓰리즘의 대명사가 된 까닭을 이렇게 설명한다. 케네스 로버츠의 말을 빌려 취약한 정당제도, 약한 시민사회, 제도적 견제와 균형 부재를 포퓰리즘 횡행 요인으로 꼽는다.

2004년 모두가 잘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모토로 출범한 재단법인 굿소사이어티가 펴낸 이 책은 포퓰리즘의 기원부터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는 포퓰리즘 논쟁까지를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단점이라면 저자들이 상아탑 연구실에 계신 분들이어서 다소 딱딱하다는 것이다.

포퓰리즘이란 ‘대중 영합주의’를 뜻한다. 본래 포퓰리즘이라는 말 자체에 도덕적 폄하나 가치 비하의 요소가 있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제도화한 정치과정을 벗어나 국가 구성원 다수의 비합리적인 정서 또는 일시적 감정에 대한 직접적인 호소, 대중운동 조직화에 의한 정권 장악이나 정책 결정을 의미한다.

오로지 대중의 지지만 지향하기에 포퓰리즘은 법치주의와 필연적으로 충돌한다. 뿐만 아니라 근본가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없기 때문에 미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가령 중소기업을 위한다고 대기업을 규제하면 대기업은 해외 투자를 늘려 결과적으로 내수가 어려워지고 좋은 일자리가 줄어든다. 또 근로자 보호장치인 노조가 두려운 기업은 정규직 채용을 꺼리고 저임금 비정규직을 선호한다. 가난의 대물림을 막겠다며 공교육을 평준화하니 사교육 시장에서 빈부격차로 인해 대물림이 더욱 고착화한다.

뻔한 포퓰리즘에 대한 뻔한 비판일 수도 있지만 마지막 장의 포퓰리즘 담론에 대한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등의 이야기가 나오면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실증적인 토론을 벌여야 하는데도 “그건 포퓰리즘이야”라는 말로 포화를 열고 싸워대니 정책토론은커녕 갈등만 격화시킨다는 것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