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내가 원하는 걸 상대방이 하게 만드는 방법은
해경 특공대원이 살해됐다. 서해의 우리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 나포 과정에서 중국인 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변을 당했다.

이 사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오만한 태도에도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중국은 하루가 지나서야, 그것도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 그쳤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낼 방법은 없을까.

《마음을 사로잡다》는 상대의 마음을 붙잡아 움직이는 방법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이탈리아 외교관 다니엘 바레가 말하는 최고의 협상, 즉 “내가 원하는 바를 상대방이 말하거나 행하게 하는 것”에 대한 탐구다.

저자는 상대의 ‘마음’에 주목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뜻에서다. 아무리 복잡한 실타래도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풀 수 있고, 아무리 사소한 문제도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난제가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떠들썩한 입장이 아니라 그 뒤에 숨어 있는 여러 이해관계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상대의 마음을 얻는 과정을 ‘과학적’이고 ‘예술적’인 방법으로 나눠 펼쳐 보인다. 생각과 행동에 대한 일정한 패턴을 찾아 과학적으로 협상을 파헤친다. 그러나 과학적 추론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섬광처럼 스쳐가는 통찰력, 직감의 힘에 방점을 찍은 까닭이다. 이 과정에서 인문학과 사회과학, 뇌과학적 설명까지 동원한다.

‘한 여인을 그린 화가 앤디 와이어스’ ‘왕의 짧은 말과 눈빛을 보고 의도를 파악해 역공한 점성술사’ ‘백지수표로 조정의 실세를 움직인 거성 임상옥’ 등 다양한 사례가 글의 힘과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까르푸가 한국에서 철수할 때 보여주었던 점포 매각 전략, 낮은 생산성과 강성 노조 탓에 공장 폐쇄의 막다른 골목에 몰렸던 GM 버몬트 공장, 1978년 카터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성사시킨 이스라엘·이집트 평화협정 등 비즈니스 현장과 국제 분쟁 협상 사례들도 흥미진진하다. 일상생활 속의 인간관계나 직장을 구할 때도 적용할 수 있는 협상 원리들이 가득하다.

저자는 “유능한 협상가가 되는 길은 상대의 핵심을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상대의 몸짓과 표정은 물론 마음과 생각까지 꿰뚫어 보는 ‘통찰의 눈’을 키워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또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상황을 벗어나는 능력은 영화 속 초능력자에게서만 발견되는 행운이 아니다”며 “놓치면 잡을 수 없는 행운을 낚아챌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