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빨간 열매’로 불리는 ‘사랑의 열매’는 지난 7월까지 13년간 국내 유일의 법정 모금기관이었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상징이다.

사랑의 열매는 지난해 큰 상처를 입었다. 직원들의 성금 유용이 적발되면서 1998년 공동모금회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한순간에 신뢰가 추락하면서 기부금 모금 지표인 사랑의 온도계도 지난해엔 94.2도에 머물렀다. 설립 이래 처음으로 100도(목표액) 달성에도 실패했다.

공동모금회가 존폐 위기까지 몰린 와중에 등장한 구원투수는 이동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73·사진). 그는 중견그룹 부방 회장으로 일하면서 국제로타리클럽 회장을 맡는 등 봉사활동에 몸바쳤다. 오는 16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이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올해 사랑의 온도 100도 달성을 자신했다. 지난 7일 진행된 인터뷰 내내 “부자들이 자발적 기부를 통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게 진정한 복지”라고 강조했다.

▶비리 여파로 지난해엔 기부 온도계가 100도에 못 미쳤는 데 올해는 어떨까요.

“올해 모금목표액은 2180억원입니다. 이 목표액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복지서비스의 규모를 반영한 금액입니다. 모금회는 1년 동안 조직 쇄신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올해는 충분히 100도를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국내 대기업들의 기부 현황은 어떻습니까.

현대차는 150억원을 기부했습니다. 지난해 10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기부액이 크게 늘었습니다. 기업들의 이런 모습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기부를 늘리는 기폭제가 되는 것입니다. 공동모금회의 특징은 10년이라는 단시간에 급속히 성장했다는 점입니다. 다른 국가가 100년 이상 걸렸던 것을 우리 기업들의 헌신으로 짧은 기간에 성장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무상복지가 화두입니다.

“요새 한국은 보편적 복지다 무상복지다 해서 세금으로 국민들에게 모든 걸 다 해주려고 하고 있어요. 이렇게 되면 그리스와 같은 길을 걷게 됩니다. 물론 국가에서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것을 해 주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국가가 국민들에게 모든 걸 다 해줄 수 없다는 걸 알아야만 합니다. 부자들이 앞장서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게 어려운 국민들을 도와주는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기부야말로 복지입니다.”

▶어떻게 하면 부자들의 자발적 기부를 늘릴 수 있을까요.

“복지 예산을 무작정 늘리는 것보다 부자들이 기부를 많이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 주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건물과 토지 같은 자산기부의 경우 기부받는 단체가 3년을 소유하고, 특정 사회복지사업에만 써야하는 제한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법인세법상 증여세가 부과됩니다. 현재 제도로는 기부를 받고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현금 이외의 기부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또 기부한 금액에 대해 감세 등의 인센티브 방안도 필요합니다.”

▶기부 대신 부자들에게 부유세를 물리자는 주장도 최근 나옵니다.

“부유세 도입엔 반대합니다. 세금을 통해 이것저것 걷는 것보다 부자들이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기부를 통해 풀도록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부자들에 대한 사회의 편견도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부자들이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게 왜 문제가 됩니까. 부자들이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기부를 통해 베풀면 전혀 문제될 게 없습니다.”

▶국내에서 기부 문화가 확산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나눔은 이제 의무를 넘어 공동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복투자의 개념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합니다. 기부는 무조건 많은 돈을 내야 하는 게 아닙니다. 사회가 피폐해지는 걸 막기 위해 개인들이 앞장서 생각났을 때 하는 게 진정한 기부입니다.”

■ 이동건 회장은

△경북 경주(1938) △서울고 △연세대 정외과 △부방테크론 회장(1979~) △부방그룹 회장(1994~) △국제로타리클럽 회장(2008~)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