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향후 10년간 무슨 일이? … 인류가 직면한 과제는
아시아의 녹색혁명은 이미 쇠잔했다. 인도에서는 인구의 3분의 2가 생계를 의존하고 있는 농업이 점점 압박받고 있다. 인구에 비해 토지 비중이 날로 줄고 있는 데다 토양은 소실되고 물은 귀해졌다. 아프리카도 인구가 급증해 앞날이 막막하다. 그나마 가용할 수 있는 토지는 식량안보를 확보하려는 외국 투자자들에게 팔려나가고 있다. 과학기술이 주도해온 생산성 향상도 21세기 들어 한계에 봉착했다. 다만 생명공학의 발전에 따라 인간의 수명은 늘고 육체는 아름다워질 것이다.

자본주의의 지배는 강화될 것이지만 동시에 제한적일 것이다. 2008~2009년 서구의 금융위기로 인해 사람들은 금융계를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 사회주의 불꽃은 볼리비아나 쿠바에 여전히 살아 있다.

전 세계인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것도 아니다. 노동인구의 40%만 자본주의적 직업관계 내에서 일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 자본주의의 향배는 중국에서 결정될 것이지만 그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사회주의를 표방한 중국 공산당이 비자본주의적 전환을 국부를 위해 더 유망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반면 자본주의로 인한 사회적 갈등들이 중국 국민의 통합과 국가의 힘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도 있다.

《다른 세계를 요구한다》(예란 테르보른 지음, 이재영 옮김, 홍시, 1만8000원)는 케임브리지대 사회학 석학인 저자가 앞으로 10년간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진단한 책이다. 20세기 말에 닥친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 이후 직면할 새로운 도전의 양상을 성찰했다.

저자는 21세기에는 서구중심주의나 미국패권주의의 시각에서 벗어나 세계의 다양성과 불평등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할 것을 권한다. 현대의 글로벌 도시들이 중세 영지마을이나 고대 노예농장, 인도 카스트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시각에서다. 저자는 세계화에 따른 식민지 개발에 각국의 반발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냐도 초미의 관심사로 꼽는다. 가능성이 있지만 단기간 내 실현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미국의 가공할 군사력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티베트나 대만을 둘러싼 갈등이 시발점이 될 수 있다. 21세기 중반에는 미국과 중국 간의 불안한 교착이 중대한 사안으로 부상할 전망이라고 말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