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무료 애플리케이션(앱)을 위장한 유료 앱 소액결제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화상엔 분명 무료 앱이라고 돼 있어 무심코 내려받기를 하면 손쓸 틈도 없이 유료 앱으로 연결돼 사용 요금이 청구된다. 이는 소액(3000원 미만) 결제 시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허점을 악용, 사전에 금액청구 여부나 요금이 얼마라는 내용을 알리지 않고 소비자의 자동결제를 유도하는 지능 범죄행위다.

경기도에 사는 문수정 씨(24)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앱 다운로드 프로그램 ‘마켓’에서 무료 만화 앱을 다운받았다가 2990원이 청구된다는 통보 문자를 17개나 받은 것. 문씨는 “앱을 실행시키자마자 성인용 그림이 뜨면서 자동으로 그림이 넘어갔다”며 “당황해서 휴대폰을 강제 종료시켰는데 휴대폰을 켜자마자 청구문자가 날아왔다”며 황당해했다.

문씨는 “문자를 보내온 온세통신 측에 항의 전화를 했지만 상담원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다음부터 무선인터넷에 비밀번호를 걸어놓으라’는 황당한 충고만 들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대전에 사는 오모씨(32)는 ‘티스토어’에서 휴대폰 바탕화면을 꾸며주는 앱을 다운받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오씨는 “앱 실행 후 ‘배경화면용 사진 더보기’ 버튼을 누르자마자 웹 페이지로 넘어가서 바로 앱을 껐는데 ‘2990원이 청구됐다’는 문자를 온세통신이 보내왔다”고 말했다.

휴대폰 소액결제 사기 피해자 모임 카페인 ‘소액결제8585’ 등엔 하루에만 앱 소액결제 사기 관련 피해 신고 글이 200~300건이 넘게 올라온다.

이처럼 피해가 끊이지 않는 건 소액결제 사기를 규제할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소액결제 사기는 콘텐츠를 만들어 파는 콘텐츠 제공업체(CP)들이 깊숙이 연계돼 있다. 이들은 온세통신, 다날 등 과금대행업체(PG)와 계약을 맺고 사용자에게 대금을 징수한다. 하지만 현행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는 이들 CP를 규제할 수 있는 조항이 사실상 없다.

게다가 콘텐츠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한 직후 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이용내역을 고지하라는 규정만 있을 뿐 결제 금액 및 내역에 대한 사전 고지 의무에 대한 조항도 없다. 소액결제 사기로 몇십억원을 챙기고 도망가는 ‘먹튀’ CP 업체가 적지않지만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피해자들은 본인의 지불의사와 무관하게 적게는 2990원, 많게는 몇십만원을 CP와 PG들에 바치는 꼴이다.

부실한 법망을 정비하기 위해 지난해 김성동 한나라당 의원이 ‘CP 신고제’ 등을 포함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으로 국회가 마비돼 해당 법안은 아직까지 문방위 심사 소위에 계류 중이다.

감독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스마트폰 보급 후 앱 소액결제 피해 신고 건수가 많이 는 것은 사실”이라며 “자율적으로 업체들이 규제할 수 있도록 소액결제 가이드라인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