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관행의 사슬' 벗어야 아이폰 같은 혁신 일군다
“미래는 미래를 점치는 수정구슬을 가진 이가 아니라 기성세대의 편향과 편견에 도전장을 낸 사람들의 것이다.”

첨단 과학기술이 절정에 이른 오늘날에도 점집과 타로카드 숍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상황과 그 이유를 설명해줄 만한 책이 나왔다. 《시대를 앞서는 미래경쟁전략》이다.

이 책은 1977년 미시간대의 국제비즈니스 세미나에서 처음 만나 설전을 벌였던 게리 하멜과 C K 프라할라드 교수가 함께한 17년간의 파트너십 기록이다. 저자들은 숱한 기업들이 과거의 성공 사례와 현재의 프레임에 묶여있다고 비판한다. 심지어 어제의 ‘좋은 아이디어’는 오늘의 ‘가이드라인’이 되고 내일이면 ‘의무사항’이 된다. 업계 관행과 최고의 실행 사례는 종교처럼 숭배되는데 그런 기업들이 모여있는 경제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역시나 미래에 대한 준비가 뛰어났던 기업으로는 애플을 꼽는다. 애플은 이미 1970년대에 IBM보다 4년 앞서 개인용 컴퓨터를 선보였다. 이후 마우스를 이용한 획기적인 인터페이스를 내놓으며 컴퓨터가 개인화, 대중화될 것이라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 결과 당시에는 업계의 비웃음을 받았던 애플이 아이팟·아이폰이라는 혁신제품을 내놓으며 글로벌 IT리더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현실에 대한 진단도 예리하다. “최고 경영진의 근시안으로 인해 직원들이 치르는 대가가 이렇게 분명하고 뼈저린 적이 없었다”며 “회사는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해고 인원을 계산하기보다는 직원들이 영웅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게끔 고무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머리말에서 독자의 범위를 제한하는 한마디가 도발적이다. ‘이 책은 아마추어를 위한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지적 호기심만을 충족시키기 위한 책도 아니다. 즉 팔로어로는 성에 차지 않는 사람들, 승리를 거둘 최선의 방법은 게임 규칙을 다시 쓰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 정설에 도전하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삭감보다는 구축하려는 사람들, 미래 선점에 헌신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좀 딱딱한 책이기는 하다. 그러나 몇 년전 세계 휴대폰 시장을 주름잡던 한국기업들이 애플의 아이폰 한방에 허둥지둥했던 이유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