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MBA서도 이런 건 안 가르쳐줬는데…흥미진진 비즈니스 현장
[책마을] MBA서도 이런 건 안 가르쳐줬는데…흥미진진 비즈니스 현장
있는지 없는지 몰랐던 연구개발실에서 드디어 한 건 크게 터뜨렸다. 독창적인 데다 산업화 가능성도 높아보이는 특허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회사는 이 특허기술의 가치를 최대한 활용,사업을 확장하고 주주이익도 극대화할 수 있을까.

아뿔싸! 길은 뻔한 것 같은데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여섯 개의 내부 사업전망 보고서가 모두 제각각이다. 현재가치로 할인해 계산한 미래수익의 편차가 너무 크다. 심지어 크게 손실을 입을 것이란 보고서도 있다. 어찌된 일일까. 재무원리만 잘 적용하면 해당 프로젝트의 미래 손익을 깔끔하게 계산해 현재가치로 할인할 수 있지 않은가. 과연 이 특허기술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전략 퍼즐》은 이처럼 신기술 사업화 전략을 고민하는 회사를 위한 컨설팅을 배경으로 한 경영소설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펴내는 경영학 잡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출간한 유일한 경영소설이다. 저자는 미국 전략경영학회장인 제이 B 바니 오하이오주립대 피셔경영대학원 교수,트리시 고먼 클리포드 컬럼비아대 교수 두 사람.원제는 '내가 비즈니스 스쿨에서 배우지 못한 것(What I didn't learn in business school)'이다.

이야기 뼈대는 비교적 간단하다. 한 석유화학 전문기업의 신기술 사업화 전략 컨설팅 과정이다. MBA 과정에서 배우는 '사례 뽀개기(cracking the case)'에 자신 있는 초짜 컨설턴트 주인공의 시선으로 접근했다. 내용은 만만찮다.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영활동 전반을 포괄한다. 각종 사업기회 분석,부서 간 이해관계,제품 개발,하청,시너지,제조공정,기업 인수 · 합병,가치사슬 등을 아우른다.

주인공의 동선을 따르다 보면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에서 MBA 강의실과 기업 현장,이론과 실제의 괴리를 간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현재가치 산출은 아주 단순명료한 투자에 대해 평가할 때조차도 특정 전략이 재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파악하는 방법일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순현재가치는 경기에서 점수를 기록하는 한 방법이지 경기 자체는 아니라는 거죠. 순현재가치 평가가 전략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경영진의 편견이 분석에 반영될 수 있어요. 종종 비의도적으로 말입니다. "

산업구조분석 또한 특정 산업의 투자매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산업구조분석도 (요트의) 바람 같은 겁니다. 특정 산업 내에서 경쟁의 추세를 말해주죠. 전략 수립이라는 건 바람이 어떤 방향으로 불든 상관없이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겁니다. "

흔히 말하는 '핵심역량'에 대한 정의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주인공은 기업의 핵심역량을 △가치사슬에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 △경쟁자들이 갖지 않은 희소성 있는 활동 △경쟁자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활동으로 규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가치(Value),희소성(Rare),모방(Imitable),조직(Organizational)이란 네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특정 전략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해줄 수 있는지 평가하는 VRIO 분석방법도 제시한다.

이 책의 덕목은 일반 경영이론서와 달리 쉬 읽히면서도 전략수립과 경영일반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론이 아닌 현실의 인간과 조직,기업 환경에서 경영 전략이 수립되는 과정을 예리하게 포착해내며 경영의 본질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당장 검토 중인 새로운 사업기회,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을 이끌어가는 데 힌트를 얻을 수 있겠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