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Biz] 로펌갔다 컴백한 검사 "야근의 추억 그리웠다"
로펌행을 택했던 중견 A검사가 돌연 검찰로 되돌아왔다. 그의 복귀이유가 흥미롭다. "야근하면서 시켜먹었던 짜장면이 그리워서…"라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농담만은 아니었다. 특히 검찰의 동료들은 그의 마음을 헤아리고도 남는다. 피의자와 피말리는 신경전을 벌이다가도 짜장면과 소주 몇 잔에 피로를 풀고가는 검찰 특유의 '야근문화'를 잊지 못하는 것이다. 검사들은 야식비(특근매식비)가 지원된다. 대개 저녁도 구내식당에서 해결하지만 피의자와 같이 있을 때는 외부에서 배달해 먹을 수밖에 없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과로하는) 검찰에 낙이 있다면 범인 잡으러 다니는 사이 동료들과 밥도 먹고 술도 한 잔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야근은 세월이 지나가야 추억이지,당장의 야근은 몸과 마음을 모두 고달프게 한다.

◆연속 야근에 찜질방이 쉼터

검찰과 법원은 핵심부서에 배치될수록 야근 강도가 세진다. 법원행정처의 한 판사는 "저녁을 구내식당에서 때우며 계속 일하면 밤 10시 퇴근에도 오늘은 빨리 간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 많다"고 했다.

검찰은 주요 수사가 진행될 때 밥먹듯 야근하게 된다. 지난해 대형 수사를 진행했던 한 검사는 "수사를 하면 할수록 불러야 할 참고인과 피의자는 계속 늘어나고,분석해야 할 자료도 쌓여가는데 외부에서는 수사를 신속히 종결하라는 압박이 셌다"며 "동료 검사들과 수사관들이 검찰청 부근 찜질방에서 잠깐 눈을 붙인 다음 수사를 계속하고,집에 들어가지 못하니 아내가 옷가지와 생필품을 챙겨 전달해주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매일 밤늦게까지 일하다 보니 야식은 야식대로 먹는 반면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건강이 급속히 악화된 동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수사만 잘되면 야근은 대수가 아니다. 한 검사는 "수사하다보면 퍼즐조각이 하나씩 맞춰지듯 사건 실체가 착착 드러나는 때가 있는데,그런 때는 밤을 새워도 머리가 개운하다"며 "오히려 마땅한 수사 거리를 찾지 못했거나 증거 부족으로 수사할 게 없을 때는 칼퇴근을 하면서도 마음이 무겁고 눈치가 보여 괴롭다"고 털어놓았다.

◆"사장님 회의는 왜 전날 밤에 잡히나요"

변호사들도 야근에 익숙하다. 특히 대형 로펌의 야근은 바쁠 때는 살인적인 강도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1주일에 다 합쳐 10시간만 잔 적도 있다"고 전했다.

자문 변호사들은 클라이언트의 갑작스러운 요구 때문에 밤을 새울 때가 많다. 한 자문 변호사는 "클라이언트들은 평일 저녁에 갑자기 '다음날 오전 사장님 참석 회의에 보고해야 할 사안이니 오전 9시까지 처리 바란다'는 식의 무리한 부탁을 하는 귀신 같은 재주가 있다"며 "주요 클라이언트가 긴급한 요청을 해오면 팀 전체가 밤을 새우며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시간을 못 맞춰 클라이언트를 놓치는 건 프로페셔널로서의 자존심 문제"라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것"이라고 토로했다.

◆잦은 야근,시급은 패스트푸드점 알바로

법조계에서는 야근수당을 찾아보기 힘들다. 초임 판사나 검사도 월급체계는 고위공무원급(3급 대우)이어서 야근수당을 못 받는다. 변호사들도 일반적으로 야근수당을 따로 받지 않는다. 변호사들은 아예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야근 수당이나 퇴직금은 포기하고 산다"고 말했다. 물론 잘나가는 변호사들은 야근수당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기획부처의 한 검사는 "업무가 단순한 지방에서 근무할 때는 수사나 주요 기획을 하고 싶어 좀이 쑤셨는데,올라와서 야근을 계속하다 보니 시급으로 따지면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 임금 정도가 되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로펌에서는 통상 야근하면 택시비를 보조해준다. 다만 모범택시에 대해서는 다른 경우가 있다.

한 대형 로펌은 여성 변호사에 대해서만 모범택시비를 지원해준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방책이다. 검사나 판사는 개인 주머니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말 신한은행 비자금 사건 수사를 맡았던 한 검사는 2개월 수사기간 동안 야근 후 퇴근 택시비로만 150만원가량을 썼다고 했다.

◆칼퇴근 하려면… 바뀌는 야근 문화

한 대형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는 1주일 중 특정 요일을 '가족의 날'로 정해 칼퇴근한다. 자녀들이 결혼해 분가도 했고 또 유학 중이라 하루종일 혼자 있는 부인을 배려해서다. 부인과 미리 약속한 날은 어떤 일이 있어도 오후 6시에 사무실을 떠난다. 한참 바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에도 그 원칙은 변함이 없다.

이 변호사의 동료는 "다른 변호사라면 욕을 먹겠지만 로펌 내에서 아무도 그를 비난하지 않고,비난할 수도 없다"며 "전문 분야와 클라이언트 관리가 확실하고 매년 실적도 로펌 내 파트너들 중에서도 상위권이기 때문에 용인되는 특별 케이스"라고 전했다.

검사들의 야근 관행도 최근엔 바뀌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매주 수요일을 '패밀리데이'로 정해 공식적으로 일찍 퇴근하는 날로 삼았다. 예전에 비하면 주말이나 휴일까지 출근하는 검사들도 크게 줄었다. 한 부장검사는 "우리가 평검사 땐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루는 반드시 나왔고,월말이면 하루도 못 쉬었다"며 "부서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해도 젊은 검사들을 중심으로 요즘 분위기가 많이 바뀐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고운/임도원/김병일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