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플랫폼 뒤쳐진 기업은 소멸"
"앞으로 소프트웨어나 운영체제는 물론 하드웨어 분야에서도 점차 오픈 플랫폼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정보기술(IT) 생태계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하고 있는 셈이죠.이에 대한 적절한 대비가 없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겁니다. "

정지훈 관동대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사진)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바일 시대의 중요한 키워드로 오픈 플랫폼과 클라우드 컴퓨팅,온 · 오프라인 컨버전스 등을 꼽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소장은 의사이면서 동시에 30여년 경력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다. '제4의 불'을 비롯한 저서를 냈고 트위터(@hiconcep),블로그(www.health20.kr)를 통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플랫폼이란 단어의 어원은 '평평한 땅의 형태'로 산업이나 시스템에서 공통적으로 쓰이는 부분을 뜻한다"며 "이것을 오픈할 때 해당 산업 분야의 생태계가 혁신을 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웹서버 프로그램인 아파치와 운영체제인 리눅스 등 현재 수많은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가 개방돼 누구나 쓸 수 있듯이 IT가 발전하는 데는 이 같은 오픈 플랫폼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정 소장의 설명이다.

그는 "오픈 플랫폼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기업들 입장에선 오픈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벤처 기업을 양성할 수 있고 이는 다시 기업에도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정 소장은 "삼성SDS의 아이디어 공모전인 '에스젠 코리아'와 같이 집단 지성을 활용하는 문화가 대기업에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선 "비즈니스 형태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기술의 발전으로 클라우드가 다양한 인프라 형태로 제공되는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클라우드의 도입으로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이 줄어들면서 과거보다 창업이 훨씬 쉬워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을 두고선 "소프트웨어 분야에까지 제조업과 건설업의 문화가 뿌리깊게 스며든 것이 국내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소프트웨어를 패키지로 만들어 판매하고 여러 단계에 걸쳐 하도급을 주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내부 거래 비중을 점차 줄이는 한편 외부 네트워크와 상생 관계를 구축해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