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퇴사 후 브랜드 전문회사 창업
연봉도 출퇴근시간도 법인카드도 '내맘대로' 이색 경영 눈길


삼성카드가 획기적인 카드를 출시했다. 이름하여 숫자카드.

심플한 카드 디자인에 주된 혜택을 친절히 안내하고 숫자를 넣는 기발한 아이디어는 누가 생각해냈을까.

그 주인공은 바로 조수용 JOH대표다.

네이버 부사장급 이사직으로 명성을 날리던 그는 2년전 퇴사해 이슈가 됐던 인물. 이후 국내 굴지회사들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브랜드 전문회사 JOH를 설립했다.
[인터뷰] 세상을 바꾸는 조수용 대표의 기발한 아이디어
조수용 대표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네이버를 나온다고 할때 모두들 신기해 했어요. 네이버 임원이라는 자리는 업계 직장인들에게는 인생의 목표일수도 있는 자리니까요. 네이버를 사랑했지만 인터넷상이라는 제약이 있었고 다른 분야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어요"라고 퇴사이유를 밝혔다.

브랜드에 관한 모든것을 기획해주는 JOH 조수용 대표가 내놓은 최신작이 바로 삼성 숫자카드다.

삼성카드는 이 숫자카드로 카드사 맞수인 현대카드와 양보없는 대결을 벌이게 됐다.

현대카드는 공교롭게도 삼성 숫자카드 출시 전 '제로(0)'카드를 출시해 논란을 빚었다.

현대카드의 정태영 사장은 조수용 대표에 대해서 '디자인의 대가'라고 치켜세운 바가 있어 이들의 대결이 더욱 흥미롭다.

삼성카드에서 새롭게 선보인 숫자카드엔 1부터 7까지 숫자가 큼지막하게 게재돼 있다.

[인터뷰] 세상을 바꾸는 조수용 대표의 기발한 아이디어
먼저 출시한 카드는 '2'와 '3'이다. 숫자는 각각의 카드가 가진 주요 혜택을 의미한다.

삼성카드 2는 교통·통신 10% 할인에 패션·커피·편의점 최대 5% 혜택을 담고 있다.

삼성카드 3은 포인트적립, CGV 무료관람, 패밀리 레스토랑 할인의 큰 기능을 자랑한다.

실제 여러 카드의 주된 혜택을 일일이 기억할 수 없어 네임펜으로 뒷면에 빼곡히 적어본 경험자로서 조 대표의 이런 획기적인 아이디어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사용자들에게 정말 필요하고도 중요한 기능인데 왜 그동안 카드의 수많은 혜택은 동봉된 안내책자에만 실려있었을까.

조 대표는 "삼성카드 디자인에서 주안점을 둔 것은 오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디자인을 안하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죠"라고 의외의 답변을 들려줬다.

이어 "예쁜게 다가 아니라 실용적인 면을 강조하면서 최소한의 디자인요소만 넣었는데도 보세요, 예쁘잖아요. 제 지갑에서 이 카드가 보이면 너무 예쁠거 같아요"라고 말하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보였다.

조수용 대표의 실험적 도전은 네이버 재직당시 분당 사옥인 그린 팩토리 신축을 진두지휘하면서 두드러졌다.

주차장에서는 새소리 등 다양한 소리를 통해 자신이 주차한 위치를 단번에 찾아낼 수 있으며 계단에는 소비된 칼로리를 적는 식이다.

조 대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자인을 잘하는 건 돈을 많이 써야 할수 있단 편견을 가지고 있어요. 없어도 되는걸 꾸미는게 디자인이라고 생각들 하죠. 하지만 실제로 디자인이란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필요없는 것을 걷어버리는 과정이에요"라면서 "디자인을 잘하면 오히려 돈을 더 절약할 수 있죠. '이런걸 갖다놓으면 예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정말 필요한 기능이 뭐지?'란 단순한 물음에서 좋은 디자인이 나옵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인터뷰] 세상을 바꾸는 조수용 대표의 기발한 아이디어
JOH 사무실에는 독특한 카페테리아가 있다. 직원들은 자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테이블에서 회의를 하기도 하고 각각 방으로 꾸며친 각자의 공간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간다. 마치 집에서 일하는 듯한 분위기를 주기 위해 고안했다. 조수용 대표의 공간은 마치 어린시절 한번쯤은 꿈꿨던 요새와 같다. 얼핏보면 공중에 떠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한다.

조대표의 혁신경영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회사에는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 조 대표는 "출근시간 정한다고 그시간동안 일하는 건 결코 아니니까요. 당신이 내 눈에 안보여도 당신을 믿는다는 이런 신뢰가 회사를 끌어가는 근간이죠. 연봉도 스스로 자기의 역량을 감안해서 직접 정해요"

조수용 대표가 최근 내놓은 브랜드 잡지 'B'또한 업계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세상의 멋진 브랜드를 한달에 한개씩 소개해보자는 취지로 발행됐다.

[인터뷰] 세상을 바꾸는 조수용 대표의 기발한 아이디어
"잡지를 워낙 좋아했어요. 그런데 과월호가 되면 휴지가 돼버리고 광고도 너무 많고 특히 협찬기사들 때문에 내용을 믿을수가 없잖아요. 제가 직접 브랜드가 담긴 잡지를 만들어보자라고 결심했어요"

창간호인 11월호 'B'에는 프라이탁이 소개됐다. 광고는 단 한줄도 없이 이 회사의 브랜드만을 담은 이 잡지가 소개되자 업계 관계자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B'에 소개되려면 비용이 얼마냐는 등의 문의도 많이 받았다고.

그러나 조 대표는 광고비나 협찬은 일절 받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브랜드 또한 직접 선택하기 때문에 그들만의 관점을 담을 수 있다.

현재 대림산업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조대표의 다음 브랜드 프로젝트는 외식업이다.

"디자인의 완성은 바로 공간인데 먹는공간, 일하는 공간, 사는 공간중 특히 먹는 공간은 미각 후각 청각이 조화롭게 이뤄져야 해요. 때문에 외식 브랜드야말로 가장 복합적인 디자인이라 할 수 있죠. 그걸 잘 디자인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난이도 높은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 사진 변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