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는 지금] 도곡동 金사장, 재건축 아파트는 '아들 신혼집'
서울 도곡동에 사는 중소기업 사장 김모씨(52)는 최근 개포주공2단지 전용 36㎡짜리 아파트를 6억원에 사들였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급격히 하락하자 의대생인 아들을 위해 집을 마련했다. 김씨는 “집값이 지난해 2월에 비해 1억5000만원가량 떨어졌다”며 “아들이 결혼할 때에는 재건축이 끝나 전용 56㎡짜리(20평형대) 새 아파트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만족스러워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강남부자들의 애정은 식지 않았다. 접근법은 바뀌었다. 과거에는 시세차익을 위한 투자 성격이 짙었다면 최근엔 실수요가 많다. 자녀들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방안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산다.

◆강남부자들 “개포주공,자녀 신혼집 적격”

강남부자들은 자녀들을 위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하고 있다. 여유자금이 풍부한 강남부자들에겐 자녀들을 위한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다.

청담동에 사는 이모씨(60)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사려고 탐색 중이다. 지난봄 아들을 장가 보낸 여고 동창의 이야기가 자극이 됐다. 이 동창은 아들 신혼집으로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5㎡형을 15억원에 매입했다. 이모씨는 “래미안퍼스티지를 새로 짓기 전에는 반포주공2단지 아파트가 9억원대였다”며 “미리 사뒀으면 5억원 이상 아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아들 신혼집을 강남권에 마련해 줄 것이기 때문에 어디가 좋을지 미리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치과의사인 양모씨(55)는 개포시영을 살지, 개포주공을 살지 고민이다. 사업단계는 조합설립인가를 끝낸 개포주공1단지가 빠르지만 개포시영은 삼성물산이 시공사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양씨는 “개포동 일대 재건축이 끝나면 도곡동에 있는 도곡렉슬아파트 수준은 될 것”이라며 “아들과 딸이 모두 강남권에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개포주공1단지 개포부동산 채은희 사장은 “50~60대 자산가들은 당장 입주를 못하더라도 자녀를 위해 미리 재건축 아파트를 사둔다”며 “최근 아파트값이 많이 빠지면서 전용 35~40㎡(11~13평) 외에도 전용 50㎡(15평)까지 매물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전용 50㎡를 새로 지으면 전용 85㎡짜리로 안정적으로 분양받을 수 있다”며 “개포주공1단지 전용 50㎡ 아파트 매매가는 올초 9억5000만원에서 현재 7억9000만원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증여세도 줄이고 취득세도 아끼고

강남부자들은 ‘세테크’를 통해 재건축 아파트를 증여한다. 투기과열지구인 강남·서초·송파구에 있는 아파트를 살 때는 자금출처를 명확히 밝히도록 규정돼 있다. 증여세를 몇푼 아끼려다가는 오히려 세무조사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임성환 알리안츠생명 WM센터차장은 “재건축 아파트는 증여세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라며 “자녀소득, 금융권 대출한도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1세대2주택자로 분류되지 않도록 세대분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최근 급격히 떨어지면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제한이 적은 6억원대 미만 물량들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개포주공2단지 전용 50㎡의 경우 매매가 6억원 중 전세금 7000만원을 뺀 5억3000만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관건이다. 여윳돈이 있더라도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편이 세테크 측면에서 나은 선택이다. 5억3000만원을 증여한다면 증여세만 8100만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대신 2억8000만원가량을 금융권에서 대출받고 나머지 1억2000만원은 자녀들의 연봉으로 소명자료를 낸다. 1억3000만원 정도만 증여하면 성인 자녀의 경우엔 10년마다 3000만원을 공제해준다. 1억원의 과세표준 10%인 1000만원 정도만 세금을 내면 되는 것이다.

임 팀장은 “부동산 투자의 기본은 세테크”라며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실수요로도 손색이 없고 세테크 측면에서도 좋다”고 강조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