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괴담 횡행하는데 처벌법은 없고…'사법 구멍'
증권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한 메신저에서는 9일 오전 난데없이 '최태원 회장 자택서 숨진 채 발견'이라는 메시지가 떠돌았다. 장 초반 14만9000원까지 올랐던 SK㈜ 주가는 루머가 나돌면서 오후 한때 14만1000원까지 내려갔다. 확인 결과 이 메시지는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검찰의 SK그룹 수사와 관련한 루머로 추정되지만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날 "최 회장의 혐의는 아무것도 확인된 게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김정일 사망설'로 주가가 요동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오후 2시께 루머가 돌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꺾였다. 결국 전날보다 0.8%(15.96) 내린 1903.14로 마감했다.

인터넷 메신저,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허위사실 유포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관련 행위를 처벌토록 한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나면서 '사법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다.

허위사실 유포는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서도 심각하다. "의료 민영화로 위내시경에 100만원 든다" "전기,가스,지하철,의료보험료가 폭등한다" "볼리비아에선 물값이 폭등해 빗물 받아 쓴다" 등의 내용들이다.

정부는 9일 '황당한 한 · 미 FTA 괴담'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사실관계가 왜곡되고 잘못된 정보들"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대검찰청은 앞서 7일 "FTA 괴담 유포자에 대해 구속 수사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그러나 유포자에 대한 구속은커녕 법정에 세우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네르바' 박대성 씨가 관련 행위를 처벌하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1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2월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었는데,헌재는 "공익의 개념과 어떤 목적의 통신이 금지되는지 불명확하다"고 판단했다. 대검도 8일 "허위사실 유포가 타인의 명예를 침해하는 데까지 이르렀다고 판단될 경우 엄단하겠다는 뜻"이라며 뒤로 물러섰다.

법무법인 민의 박성재 변호사는 "허위사실 유포로 주식투자 등에서 이익을 얻으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지만 단순히 악의로 했다면 처벌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체 입법으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현재 소관 상임위에 상정조차 안 돼 있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익 등 추상적인 기존 조항을 구체적으로 보완하면 위헌 논란을 없애고 허위사실 유포를 규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