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실 장면 찍고와서 그 언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며 한시간 울었어요"

차기작 KBS드라마 스페셜 '이중주' 북한어린이 역할 맡아 사투리 연습중
[인터뷰] '도가니' 정인서 "실제 언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눈물이…"
영화 '도가니'에서 청각장애아 진유리 역을 소화해낸 정인서.

'도가니'는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로 2000년부터 5년간 청각장애아를 상대로 교장과 교사들이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학대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고발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웃을때 한쪽에 패이는 보조개와 반달모양 눈이 특히 너무 예쁜 정인서 양은 영화 속 유리의 모습보다 훌쩍 자라 있었다.


-데뷔는 언제 했나요

2살때 잡지모델로 처음 데뷔했어요. 7~8살때는 베베퀸으로 활동하며 휴대폰 컬러링을 부른 경험이 있어요. 뮤지컬 등에는 여러작품에 출연했어요.

-영화 찍으면서 힘들었던 점은

감독님도 너무 잘해주시고 공유 오빠랑 유미언니가 너무 잘해줘서 현장에서는 즐기면서 촬영했어요. 쉬는 시간에는 유미언니랑 배드민턴도 치고 놀았던 기억이 나요. 그전에도 선물을 많이 해줬던 공유 오빠가 촬영 쫑파티날엔 저보다 큰 곰인형을 선물로 줘서 너무 기뻤어요.
[인터뷰] '도가니' 정인서 "실제 언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눈물이…"
인서 양의 아버지 정웅준 씨는 "인서가 파주촬영장에서 교장실 씬을 찍을 당시 밤 11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촬영이 계속됐는데 끝내고 와서 한시간을 울었다"고 얘기해 줬다.

딸에게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어보자 인서에게서 "너무 힘들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12살 어린아이에게 밤샘 촬영이 힘들었던 탓도 있었고 실제 주인공이었던 언니에 대해 어렴풋이 안쓰러움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정인서 양은 촬영당시 교장 역할을 맡았던 장광씨와 신체접촉도 없었다. 황동혁 감독은 아동들에 대한 철저한 배려로 인서와 교장선생님을 각각 촬영해서 붙였다.

인서 양은 "나는 묶인 것만 촬영했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실제 언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며 촬영중 힘든 것도 참아냈다"고 어른스럽게 대답했다.
[인터뷰] '도가니' 정인서 "실제 언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눈물이…"
-학교에서 범죄예방을 위해 강조하는 것중 어떤 것이 기억나나요

어른들이 과자사줄께 가자고 유혹해도 절대 따라가면 안되고 '싫어요'라고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고 배웠어요. 제가 태권도 검은띠인데 그래도 어른들한테는 당해낼 수 없잖아요. 위험한 상황에 불려고 호루라기를 가지고 다니기도 해요.

-학교생활과 영화촬영을 병행하는것이 힘들지는 않았나요

밤샘 촬영을 해도 학교에는 절대 빠지면 안됐어요. 부모님이 워낙 학교생활을 중시하셔서요(웃음).

-영화 속 인서 모습을 봤나

[인터뷰] '도가니' 정인서 "실제 언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눈물이…"
'도가니' 영화가 15세이상 관람가라서 부모님만 보시고 전 아직 못봤어요. 선생님들이 보시고 "네가 제자라서 자랑스럽다"고 칭찬해주셔서 뿌듯했어요. 빨리 15세가 돼서 영화를 직접 보고싶어요.

아버지 정웅준씨는 "아이와 함께 영화를 보고싶었는데 황동혁 감독님께서 부모님이 먼저 보고 결정하라고 말씀해주셨다"면서 "아이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배려하시고 계산도 철저한 분이란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인서양의 부모님은 영화를 보고 처음으로 말없이 나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영화가 사회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것 같다. 장애아동 뿐만 아니라 아동범죄 전반적으로 경각심을 줄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서를 비롯한 다른 아역배우들도 현장 촬영분위기가 너무 화기애애했기 때문에 후반 작업을 거친 영화속 장면들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상태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

제가 체육수업을 특히 좋아하거든요. 액션장면이 많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또 기회가 된다면 OST도 불러보고 싶어요.

실제 정인서 양은 뽀로로2 주제곡과 엔딩곡을 실제 부른 주인공이며 어린나이에 노래실력과 연기력이 뛰어나 대학로에서 무대에 오른 여러 뮤지컬의 주연을 맡기도 했다.
[인터뷰] '도가니' 정인서 "실제 언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눈물이…"
-앞으로 어떤 연기자가 되고싶어요

엄마 아빠가 제 이름을 지으실때 며칠을 고민하시다가 착하고 주위를 밝게 해주는 사람이 되라고 '인(어질인)서(밝을서)라고 지어주셨대요. 제 이름처럼 연기로 주위를 밝게 해주고 사람들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눈이 깊고 연기잘하는 정인서가 되겠습니다. 많이 사랑해주세요.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 사진 변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