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가수로 살아가는 가치


힙합을 좀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힙합계의 신' 또는 '레전드'로 불리는 MC 메타(META)와 DJ 렉스(WRECKX)가 지난 9월 프로젝트 앨범 'DJ AND MC'를 발매했다.

MC 메타는 한국 힙합의 아이콘인 '가리온'의 멤버이자 한국 힙합을 대표하는 MC다. 2010년에는 '한국 대중 음악상'에서 많은 아이돌가수들을 제치고 3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DJ 렉스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힙합 DJ이며 빅뱅, 다이나믹 듀오, 이현우, 김조한 등 100여명의 가수와 500여장의 앨범에 참여했으며 함께 공연하며 이름을 떨쳤다. 지난해에는 베이직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를 설립해 후배 양성 및 음반작업등에 매진하고 있다.
[인터뷰] 레전드 '메타와 렉스'가 모이면 힙합이 또한번 진화한다
힙합계의 신선한 충격으로 전해진 이들의 합작은 어떻게 이루어진걸까.

메타와 렉스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앨범을 만들게 된 의도는 어려운 환경에서 힙합에 몸담고 있는 후배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독창적인 한국적 힙합이 경쟁력 있어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책임지고 이끌고 있는 이들은 힙합을 통해 자극받고 만족감을 느낀다면 그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잘 팔리는 음악이 아닌 우리 음악을 하자고 입을 모아 말하던 동료들이 다른 길로 빠지는 것을 숱하게 목격하며 상처도 많이 입었으며 우리라도 이제 정통 힙합을 지키자고 의기투합했다고.

메타는 모든 랩을 한국어로만 구사한다. 이같은 한국적 힙합은 독창성이 있으며 외국에 나가서도 인정받고 있다. 소위 말하는 해외파 랩퍼들이 영어로 랩을 구사하면 대중들은 더 멋있다고 느끼게 되기 쉬운데 우리말의 특성과 구조를 살려 랩을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 자음이 발달된 우리말은 딱딱한 느낌이 들고 그렇다고 발음을 불분명하게 소리내면 전달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의 집약체인 'DJ AND MC'의 곡들은 힙합에 관심이 없던 대중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여러 요소를 갖췄다.

곡들중 '메타와 렉스'는 한국 힙합 씬에 대한 따끔한 충고를 담고 있는 곡이다. 메시지와는 별도로 어렵지 않으면서도 비트있는 멜로디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무까끼하이'는 경상도 사투리로써 '말이 통하지 않는 꽉 막힌 사람'을 뜻하지만 일본어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만으로 방송사로부터 '방송 부적합' 통보를 받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구성진 사투리랩은 음반 시장의 이면을 위트있게 꼬집어 화제를 낳았고 랩표현방법을 한단계 넓혔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동안 '감수광' '와그라노' 등 사투리를 제목으로 쓴 곡들이 많았지만 일본어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방송을 타지 못한 노래는 '무까끼하이'가 처음이라고.

[인터뷰] 레전드 '메타와 렉스'가 모이면 힙합이 또한번 진화한다

20년전에는 춤 잘추면 연예인 발탁-양현석 이주노 등도 활약

비보이 출신인 렉스는 초등학교때 우연히 '고학력 실업자'라는 말을 접하고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앞으로는 학력이 높아도 일하기 힘들어지는 세상이 올거다. 넌 너가 하고싶은 일을 해라"라고 조언해줬다.

어린나이지만 이 말이 충격으로 다가왔던 렉스는 춤에 대한 열정으로 잠자는 시간외에는 이일에 몰두했고 중학교때는 여러 비보이대회서 입상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이태원 문나이트는 춤 좀 꽤나 춘다는 친구들이 모두 모이는 장소였고 기획사에서는 이들을 픽업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소위 춤만 잘추면 연예인이 되던 시절이었다.

렉스가 아직 어리던 시절 양현석, 이주노 등도 이곳에서 기획사에 픽업돼 가수의 길을 가게됐다.

렉스 또한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렉스는 비보이들을 위한 음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이 안타까웠으며 자신이 그런 음악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하게 됐다.


힙합을 전업으로 삼고 살아가기란 힘들어-투잡의 존재 이유

언더그라운드 힙합가수 중에는 투잡족(2개의 직업을 가진사람)이 많다.

음악 하나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렉스는 "음악에 모든걸 바쳤다고 호언하던 사람들은 오히려 쉽게 배신하고 음악을 접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렉스 또한 공연포스터 붙이기를 비롯 숱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DJ생활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나마 지금은 업계에서 이름이 알려지면서 공연, 레슨 등 음악과 상관있는 아르바이트만 할 수 있게 됐다.

돈을 많이 벌려고 하기보다는 내가 음악을 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만큼 비참함도 느끼지 않았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 이름을 날리는 힙합 뮤지션들도 직접 만나보면 투잡인 경우가 많다고 귀뜸하기도 했다.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등 서바이벌프로그램을 보는 시각

최근 붐처럼 일고 있는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스, 밴드, 락 등 여러가지 음악이 조명받고 있는데 반해 힙합은 여전히 언더그라운드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대한 아쉬움을 없을까.

"저희는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음원시장을 독점하던 아이돌의 위치가 위협받게 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대중의 관심이 다양한 음악으로 확산되게 됐고 힙합또한 대중화될 소지가 많이 있다고 봅니다."

기회가 된다면 공중파에서 크루 대 크루로 랩배틀을 벌여도 재미있을것 같다는 의견도 밝혔다.

메타는 "우리 민족은 배틀의 민족이다"라면서 "랩배틀을 벌이는 힙합인들은 서로를 존중하기 때문에 져도 기분좋고 상대에 대한 애정을 가진다"고 자부했다.
[인터뷰] 레전드 '메타와 렉스'가 모이면 힙합이 또한번 진화한다

아이돌가수들이 노력없이 인기얻는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

인기가수들과 여러 공연을 가졌던 렉스는 "DJ입장에서 본다면 기본실력이 갖춰진 그룹은 '빅뱅'인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꼽았다.

"흔히들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은 아이돌 등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연습을 안한다고 생각하고 쉽게 돈을 번다고 여기지만 이는 착각이다"라면서 "그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연습을 하고 있으며 언더그라운드 가수 못지않게 목숨걸고 그 일에 매달린다"고 평했다.

메타는 타이거JK가 교포출신이라 아메리칸 스타일 랩을 국내에 많이 소개했지만 최근에는 랩에 대해 발전하기 위해 스스로 본인의 틀을 깨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는 것같다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경제적으로는 힘든점 많지만 욕심 조절한다면 해결될 것

유쾌하면서도 유창한 말솜씨로 언더그라운드 힙합 가수들에 대한 편견을 씻어준 메타와 렉스.

돈을 위해서 자신들이 용납할 수 없는 길을 가지는 않을것이라고 호언한 렉스는 "욕심을 조절하면 현실에서의 많은 부분이 해결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어차피 버는 돈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써야할 것만 쓴다"면서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가 중요하다면 맛보다 분위기 있는 음식점을 찾게 되지만 맛있는 음식이 먼저라면 저렴하고도 맛난 곳을 찾아가면 된다"고 말했다. "아프지만 않으면 노후대비는 충분하다"면서 몸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메타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15년만에 발표한 앨범 'DJ AND MC'가 1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할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힙합을 지키고 힙합계에 남아있는 이유는 앞으로 우리의 행보를 보면 알게될거다"고 자신했다. 렉스 또한 "우리는 앞으로도 DJ, MC, 그래피티, 비보이 등 힙합인들과 한 곳을 바라보며 걸어갈 것이다"라면서 "우리가 어떤 발자취를 남길지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사진 변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