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해군력이 꽃피운 아테네의 민주주의
거대 해상제국을 지배한 아테네 해군력의 핵심은 3층으로 된 거대한 '삼단노선(三段櫓船)'이었다. 150여개 섬과 도시국가를 거느린 아테네는 드넓은 해로와 변방을 지키기 위해 빠르고 강력한 배가 필요했고,그 해결책이 삼단노선이었다. 길이가 36m에 달했던 삼단노선의 주된 추진력은 노였다.

이 배에는 아테네 시민들이 계층을 막론하고 자유 의지에 따라 승선했다. 그들은 해군에 자부심을 갖고 평등한 방식으로 전투에 임했다. 해군력과 함께 시민의 힘이 커지면서 소수 귀족층에 집중됐던 권력은 다수의 시민들에게 넘어갔고,오늘날 민주주의가 탄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완전한 승리,바다의 지배자》는 아테네 해상제국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그려낸 책이다. 기원전 483년 함대를 건설해 승승장구하다 기원전 322년 마케도니아에 패하기까지 흥망성쇠를 생생하게 복원한다. 미국의 고고학자 겸 역사학자인 존 R 헤일은 아테네에서 민주주의가 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해군에서 찾는다. 민주적 삼단노선 함대의 힘으로 민주정치를 확립해가는 과정에서 동과 서,진보와 보수,과학적 탐구와 종교적 신념 사이의 갈등을 해결한 과정을 보여준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정치학》에서 아테네의 본질을 '삼단노선에 기초한 민주주의'로 정의했다. 해군의 황금기가 민주주의의 황금기로 이어진 것이다. 기원전 5~4세기 아테네에서는 서양 문명의 뼈대가 만들어진다. 파르테논 신전이 지어지고,그리스 희 · 비극이 창작된다. 서양철학의 토대를 마련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의술의 전통을 수립한 히포크라테스 등도 등장한다.

정치가 페리클레스,극작가 소포클레스,소크라테스 등 유명인들은 함대를 지휘하거나 전투에 참가한 경험이 있었다. 학자들은 노의 메커니즘,풍향과 별의 움직임을 연구했고,항해 장면은 연극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최초의 해운법정.최초의 해상운송보험도 아테네에서 나왔다. 아테네인들은 바다에 미친 사람들이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