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장례에서 태어나며,죽음에 떠밀려 죽자마자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너무나 확실하다. 무덤을 존중하는 태도는 여기저기에서 조형적 상상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

'시각시대의 등식은 보이는 것=현실=진실이다/…/우리 문명은 그 장치를 통해서 눈으로 믿는 것이 공인되었음을 믿을 수 있는 최초의 문명이다. 가시성과 현실성,진리 사이에 동등부호를 친 첫 번째 문명이다. '

프랑스 철학자이자 문인인 레지스 드브레의 《이미지의 삶과 죽음》은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이미지란 게 어떻게 생겨나 무엇을 통해 전파되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질문을 던지며 사회 · 문화 · 역사 현상으로서 이미지의 실체를 파고든다.

저자는 '죽음'에 의해 이미지가 탄생했다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이미지의 시각적 재현을 실제로 믿는 사람들의 심리를 종교적 유물론으로 개념화하면서 이미지의 세계가 구축되는 초기 양상을 살핀다. 영화 TV 등이 바꿔놓은 이미지의 양상,그로 인한 사람들의 지각체계의 변화를 살핀다. 현대 영상문화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도 조명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