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지역 한 병원의 응급실 의사들은 알코올 중독으로 실려온 환자들을 단 7분간 치료하면서 음주 습관을 50% 가까이 개선시켰다. 예일대 의대 교수이자 동기부여 지도자가 바쁜 응급실 환자들의 요청으로 개발한 순간 설득 기법을 적용한 것이다. 한 남자는 캠핑을 싫어하던 연인에게도 이 기법으로 마음을 돌려놨다. 이들은 상대방에게 정교하게 짜여진 여섯 단계의 질문을 던졌다.

"왜 달라졌으면 하는지요"(자신의 경우에는 왜 나는 달라졌으면 하는가),"달라질 준비가 얼마나 돼 있는지요"(1(전혀 되어 있지 않다)부터 10(완벽하게 준비돼 있다)까지 숫자로 대답하세요),"왜 더 낮은 숫자를 선택하지 않았습니까","실제로 달라졌다고 가정할 때 당신에게 어떤 긍정적인 결과가 뒤따를까요", "그 결과가 당신에게 왜 중요합니까",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이 프로세스의 핵심은 상대방에게 'No'란 대답이 나오지 않도록 구성돼 있다. '노'란 답변이 나오는 찰라,진전이 더이상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이라거나,'만약 함께 캠핑을 떠난다면…' 식으로 시작한다. 상대방의 자주성을 인정하면서 스스로 의지를 북돋우고 강화하도록 이끌기 위해서다. 이 프로세스를 거치면 많은 응답자들이 행동으로 참여하게 된다. 연인의 캠핑을 유도하는 상황에서 두 번째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완전 부정'을 뜻하는 '1'보다는 '2'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1'이라고 답하지 않은 이유에서 반전의 가능성을 보고 파고드는 것이다.

《순간 설득》은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접근이 아니라 구체적인 질문과 상황으로 상대방에게 '예'를 이끌어내는 설득의 심리학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작지만 분명한 동기가 있을 때,비로소 행동에 나선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특정 행동에 필요한 개인적인 동기를 찾도록 도와준다. 동기가 분명한데도 행동에 나서지 않을 때 그 원인도 밝혀낸다. 한 단계 더 나아갈 기술이 부족하든지,실행하기에는 시기나 상황이 적절치 않든지,아니면 자신의 진짜 동기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돌파구는 어디엔가 있게 마련이다.

불만 가득한 직원,회의적인 고객,삐딱한 십대,완강한 배우자 등 모든 사람들의 내면 깊은 곳에는 공감대로 향하는 작은 희망의 불꽃이 숨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책은 우선 자신을 설득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자신을 설득할 수 없으면 다른 사람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변화를 향한 우리 내면의 욕구를 일깨우는 프로세스를 밟다보면,내 자신의 진짜 동기가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