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항상 여유롭고 인내심이 강하면서도 다른 사람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보인다. 그들은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사람을 사귀며 그것을 일종의 투자라고 본다. 그러다보니 중국인들의 인간관계를 일컫는 '관시'는 물질에 바탕을 두고 이뤄진다.

반면 일본인들은 늘 큰 집단에 소속된 작은 나로서 존재하길 원한다. 튀는 말과 행동을 사양한다. 쓸데없이 나서면 '이지메(집단 괴롭힘)'를 당한다. 사회적 서열이 엄격하다. 모든 것을 매뉴얼화해 그에 감정과 생각까지 맞춘다. 일본인의 친절도 매뉴얼화된 의무감에서 비롯된다.

한국인의 친절은 마음으로부터 온다. 그래서 감동적이다. 한국인들은 중국인과 일본인보다 우호적인 사교문화를 갖고 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는 인문학 교수로 한국여성과 결혼해 한국에 살면서 아이들을 국제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보낸 저자가 쓴 한국생활 체험기다. 예일대와 하버드대학원 동기인 현각 스님이 불교를 위해 한국에 왔다면 저자는 인문학을 위해 한국에 왔다.

그의 체험기는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총체적으로 압축했다. 저자는 한 · 일월드컵을 지켜보면서 한국인의 역동성에 감탄하고 또한 집단이기주의를 우려한다. 친구를 '웬수'라고 부르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고도'시원하다'고 표현하는 한국인의 독특한 반어법에도 주목한다. 저자는 한국이 더 이상 동아시아의 변방에 자리잡은 소국이 아니라 문화대국이며 K팝이 아시아를 넘어 뉴욕을 점령할 날이 가까웠다고 찬탄한다. 그러나 한국은 압축성장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뤘지만 인문학적 교육을 소홀히 함으로써 삶의 질과 정신적 가치를 상실했다고 지적한다.

독특한 발효음식문화를 지녔으면서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그중 하나라고 날카롭게 응시한다.

'된장과 김치 등은 지역마다 맛이 다른 이유는 발효과정에 들어간 미생물이 달라서다. 이런 맛을 표준화,단일화하자는 의견이 나오는데 이는 몰지각한 언사'라고 저자는 적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