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후계자가 또 바뀔 모양이다. 벅셔해서웨이는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버핏과의 점심' 경매에 낙찰된 무명 펀드매니저 테드 웨슐러를 버핏의 후계자 후보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그간 버핏의 후계자라고 알려진 사람은 열 손가락으로도 꼽기 어려울 정도다. 아지트 자인 벅셔해서웨이 보험부문 CEO를 비롯해 벅셔해서웨이 계열사에만 5명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토드 콤즈라는 젊은 펀드매니저가 후계자 후보로 영입됐고 톈안먼 사태 때 시위를 주도했던 중국계 헤지펀드매니저 리루도 유력한 후계자가 됐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또 다른 인물인 웨슐러가 나타났다.

후계자 문제는 전적으로 버핏의 자유다. 다만 제일 비싼 점심값을 써낸 사람을 후계자로 지목한 것은 그가 후계자 자리를 놓고 장사를 하는 단계로까지 나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버핏은 한국에서 특히 대중적 인기가 높다. 자선과 기부의 천사처럼 인식돼 있는 데다 최근에는 자신을 포함한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글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하면서 반기업 정서에 불을 질렀기 때문이다.

버핏은 그러나 정작 미국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버핏의 세금 회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그가 부자증세를 주장하는 것은 이미 거부인 그가 다른 사람은 부자가 되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사다리 걷어차기 같은 일이라고 비난했다. 버핏은 자신에게 적용된 세율이 17.4%라고 했지만 이 소득에는 35%의 법인세가 이미 부과돼 있어 실제 세율은 45%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월지는 또 "버핏이 그토록 세금을 내고 싶다면 재산의 대부분을 세금을 안내는 조건으로 공익재단에 넘길 게 아니라 국가에 헌납하면 된다"며 그의 위선을 비판하기도 했다.

워런 버핏은 물론 훌륭한 투자가다. 하지만 한국 내에서 기업가를 공격하는 데 인용할 만한 적절한 대조군인지는 의문이다. 버핏의 기부약정서 첫머리 '이 자금은 증여세 등 그 어떤 세금의 대상도 아니라는 점을 재단 측이 법적으로 보증해야 한다'는 조항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버핏 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