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데 동의한다. 특히 경제 행위에 있어 이기적인 행동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개인의 이기심에 근거한 경제 행동이 사회 전체의 이익을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이기심은 인간의 본성이자 자본주의 사회를 발전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기심은 종종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시킨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다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 사례를 우리는 숱하게 봐왔다.

《이기적인 사회》는 물질적 부와 효율성이 가치 척도의 기준이 돼버린 현 사회에서 이기심을 극복할 방법을 모색한 책이다. 심리치료사인 저자가 자본주의와 이기심의 관계를 분석했다.

저자는 자본주의라는 특정 조건의 결과로 현재 이기심을 바탕으로 한 사회가 형성됐다고 말한다. 16~18세기 자본주의 발전과 더불어 개인의 능력과 창의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선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전통적이고 집단적인 사고방식과 결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책은 기업의 경제 활동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금융자본가와 경영자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낸다. 행정부와 정부관료,정치인 또한 '자본주의의 종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일반 대중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보다는 자본가의 이기적 경제 행위를 돕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기심의 극대화를 용인하는 자본주의적 사회관계는 강자만이 살아남는 사회적 관계의 파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렇다고 섣불리 체제변화나 급격한 개혁을 외치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 스스로가 이기적인 사회를 재생산하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근대 자본주의로 이행하면서 공동체적이고 이타적인 사회적 관계가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사회적 관계로 바뀌었듯이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의 변화를 겪었다고 봤다. 자본주의 이행으로 이기적이 된 사람들이 아기를 낳아 이기적인 성인으로 만드는 악순환의 늪에 빠졌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영국 가정에서는 갓난아기를 더이상 안아주지 않고,모유를 먹이지 않으며,함께 잠을 자지 않고,낮시간에는 일하느라 아이를 방치하는 것이 관습화됐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쉽게 통제하기 위해 TV를 틀어놓는다. 이렇듯 아이들이 생애 초기에 누려야 할 애정을 겪지 못해 타인을 배려하고 더불어 사는 법을 모른 채 자라게 된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성숙하고,이기적이지 않은 사회는 안전한 가정과 동일한 토대에 기초를 둔다"며 "바로 서로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켜주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주며 갈등을 헤쳐나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